[예고된 통학대란] 1. 줄줄이 탈락한 중앙투자 심사

학교 신설 '하늘의 별따기' … 수천세대 '통학 난민' 우려

맹자의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고 한다. 공동묘지 근처에서 시장 근처로 갔다가 또다시 학교 가까이에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맹모삼천지교’는 인간의 성장에 있어 환경이, 특히 학교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 고사성어는 현대에도 이어진다. 도시를 계획할 때 학교의 입지는 주요한 고려대상이 됐고, 학교의 위치와 통학여건 등은 삶의 질과 직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의 학교 신설에 제동이 걸리면서 수년 내 경기지역 학생들의 통학 대란이 우려된다. 이에 본보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제동이 걸린 학교 신설 현주소를 종합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화성 동탄지구와 남양주 진건지구, 용인 남사지구 등 도내 대규모 개발사업지역 내 학교 신설에 제동이 걸리면서 향후 2~3년 내 곳곳에서 통학 대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학교 신설을 위해서는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해야 하지만 지난해부터 줄줄이 탈락하면서 3수, 4수만에 심의를 통과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12일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22일 2016년 1차 정기 중앙투자심사 결과, 교육청이 심의를 의뢰한 29개 유ㆍ초ㆍ중ㆍ고교 중 3개 학교는 신설을 승인하고, 4개는 조건부 승인, 나머지 22개는 재검토 의견을 통보했다. 중투에서 탈락한 신설 예정교 대부분은 도내 택지지구에 속한 학교들로, 입주 시점이 도래하면 개교가 늦춰진 학교들의 대규모 민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화성 동탄지구의 경우 유치원 3곳과 초교 1곳, 중교 1곳, 고교 2곳 등 총 7개 학교의 신설을 요청했지만, 심사를 통과한 곳은 동탄10유치원과 동탄11중 뿐이다. 그나마 동탄11중은 동탄13중을 설립 취소하는 대신 설립되는 것이다. 또 1만8천여세대가 계획된 남양주 다산진건지구의 경우 이번에 진건1유, 진건4초, 진건2중, 진건1고가 모두 재검토 의견을 받아 2018년 입주 시기에 맞춰 개교할 수 있는 학교는 진건2유와 진건3초 단 2곳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6천800여 세대가 들어서는 용인 남사지구 내 아곡1초와 아곡중 설립도 미뤄지면서 수천 세대가 들어서는 대규모 개발지구에도 학교 신설 승인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

 

이처럼 학교 신설 승인이 줄줄이 탈락하는 것은 교육부가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데다 한정된 교육예산의 효율적인 운영을 이유로 중투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에는 도교육청이 심사에 올린 31개 신설학교 중 21개가 통과해 적정비율이 67%를 넘었고, 2012년에는 64개교 중 42개교(65%), 2013년에는 67개교 중 41개교(61%)가 통과했다. 하지만, 2014년 들어서면서부터 심사 벽이 높아져 78개교 중 33개교가 적정(42%) 결과를 받았으며, 지난해는 106개교 중 29개가 신설을 허가받아 적정비율은 겨우 27%를 기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도교육청은 자체적으로 심사하는 자체 투자심사위원회에서도 심사 기준을 강화, 그동안 거의 대부분 통과시켰던 자체 투자심사에서도 9곳을 탈락시켰다. 또 아예 심사 상정 시기를 조정한 신설 수요까지 감안하면 60여 곳이 넘는 상황이다.

 

결국, 학교 신설을 위해 중투 3수ㆍ4수가 즐비해졌다. 동탄14유의 경우 지난해 4월 개교시기 조정, 9월 법령 개정 이후 재검토 의견을 받고 올해 3번째 도전을 했지만, 또다시 분산배치 및 시기조정 의견으로 재검토가 결정됐다. 도교육청은 2018년까지 이 지역 취원 대상 아동이 9천 명을 넘어 1천900명의 아동은 다닐 유치원이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아교육법에 따라 초등학교 정원의 4분의1 수준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2018년까지 설립이 확정된 공립유치원 정원은 14분의1로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또 남양주 다산진건지구의 진건2중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과 12월 중투에서 인근학교 재배치 및 분산배치를 의견으로 재검토 의견을 받아 학생발생률을 재조사한 뒤 개교시기를 조정하고 인근 학교에 분산배치해 ‘재재도전’했지만 또다시 중투의 벽에 막혔다. 입주가 완료될 경우 54학급이 필요한 것으로 예측되지만, 이번 3번째 도전에서는 인근 학군에 분산하는 방안 등을 도입해 30학급 규모로 줄여 설립을 추진했음에도 또다시 개교시기 조정이 결정됐다. 특히 이 학교는 다산진건지구 내 유일한 중학교여서 진건지구는 중학교 없이 입주를 시작하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됐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중투 심사 기준이 강화되고 있어 자체심사도 강화하고 정말 시급한 학교들을 심사 대상에 올렸는데도 줄줄이 탈락해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재검토 사유를 검토해 보완책을 마련한 뒤 수시로 개최되는 중투위에 재심사를 요청,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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