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 따뜻한 미래] 차량용 용접기 제조 ‘한국오바라’

“외국인 근로자도 가족같은 동료”… 행복 영그는 코리안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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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차량용 용접기 제조 업체인 한국오바라㈜ 소속 외국인 근로자들이 작업 현장에서 밝게 웃으며 근무하고 있다. 전형민기자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임금체납과 상습적 폭행 등으로 상처만 안은 채 불법체류자가 되거나 고국으로 돌아갔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가족을 먹여 살리고자 타국에 왔지만 어려운 근무 여건 탓에 적응이 쉽지 않다. 외국인 근로자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에서 예산을 투입해 캠페인을 벌이는 등 정책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큰 변화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악조건 속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요즘, 이들을 내가족처럼 돌보고 한국어 교육까지 시키는 경기도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화성시에서 차량용 용접기를 만드는 한국오바라㈜(이하 오바라)가 그 주인공이다

■ 찾기 힘든 내국인 근로자… 기술갖춘 외국인 인력으로 생산성 업(UP)

오바라는 지난 1987년 설립된 차량용 저항용접기를 제조, 판매하는 업체로 2013년 중소기업청이 지정한 ‘뿌리기술전문기업’이다. 다른 뿌리 산업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내국인 근로자가 꺼리는 단순 육체노동 등의 직무가 많다. 

이같은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고자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다. 현재는 생산부 인력 107명 중 외국인력이 37명, 약 34.6%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숫자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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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5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실시된 선유도 선상낚시 MT에서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국인고용허가제 덕분에 신규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면 4년10개월 동안 안정된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또 특별 한국어 시험을 통해 추가로 4년10개월을 더 근무할 수 있어 약 10년 동안 숙련된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 덕분에 소비자들에게 고품질의 제품을 납기 기간 내에 제공하고 기업 이미지도 크게 높아져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오바라는 설명했다.

 

홍윤의 오바라 대표(59)는 “내국인, 외국인 근로자 간 차별 없는 이상적인 고용시스템을 확립해 국제적 기업으로서 갖춰야할 소양을 함양할 수 있게 됐다”며 오바라가 해외로 뻗어 나아갈 수 있는 핵심 역량을 외국인 근로자들 고용을 통해 갖췄다고 본다”고 말했다.

 

■ 퇴근하면 한국어 배우고 여름에는 워터파크,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회사 매출에 톡톡한 성과를 내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오바라는 다양한 업무능력 향상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은 ‘특별한국어시험제도’다. 

4년10개월이라는 근무 기간을 마치고 자국으로 돌아간 외국인 근로자는 특별한국어시험을 쳐 일정 수준의 성적을 거두면 재입국해 원래 일했던 근무지에서 다시 일할 수 있다. 또 외국인근로자 부문을 따로 나눠 모범사원에게 별도로 금일봉을 주는 등 포상을 하고 있다. 

근무 태도, 실적이 우수한 외국인 사원에게 내국인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혜택을 주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분야는 ‘숙련기술외국인 전문취업자격제도’다. 이 자격 취득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사내 한국어능력시험(TOPIK)강좌도 개설했다. 수강료는 없고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숙련기술외국인 전문취업자격제도’는 비전문 취업비자(E-9) 외국인근로자가 특정활동비자(E-7)를 취득할 수 있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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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3년 한국오바라㈜가 내ㆍ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마련한 ‘밤 벚꽃축제’에서 직원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정활동비자(E-7)를 취득하면 자국의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거주하며 3년 단위로 무기한 연장이 가능하고 외국에 사는 가족도 한국에 함께 들어와 살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우리요노씨(29)는 지난 3월 특정활동비자(E-7)를 취득했고 곧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 신부를 한국으로 데리고 올 계획이다. 

우씨는 “회사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덕분에 돈도 벌면서 E-7 비자도 취득하게 됐다”며 “따뜻한 애정을 주는 회사에 보답하고자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이뿐만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다양한 복리후생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내국인 근로자와 같은 기숙사에서 지내며 3끼 식사가 공짜로 제공된다. 특히 봄, 여름과 겨울에 각각 1번씩 외국인 근로자 정기 MT를 실시해 직원 간 화합도 도모하고 있다. 

여름에는 워터파크, 겨울에는 스키장 등을 찾는다. 이처럼 모든 임직원들로 하여금 외국인 근로자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고 내국인 근로자들과 동등한 회사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 외국인 근로자 중 관리자로 승진하는 직원들도 나왔다.

 

외국인 근로자를 담당하는 이훈 과장(35)은 “근로자들이 1년에 한 번씩 자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정기 야유회를 통해 국적이 다른 외국인 근로자 간의 배타성을 불식시켜 생산부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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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와 한국에 살기위해 특정활동비자(E-7)를 취득하려고 준비 중인 우리요노씨(29ㆍ인도네시아)가 현장에서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 따뜻한 애정만큼 높아지는 애사심

오바라의 이같은 따뜻한 애정에 대해 외국인 근로자들도 성과로 보답하려고 열심이다. 외국인 근로자 모두 오바라에 근무하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다시 근무를 하고 싶어한다. 특히 비전문 취업비자(E-9)를 대신해 특정활동비자(E-7)를 취득하려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지고 있다.

 

미얀마에서 온 텐나이씨(35)도 이를 준비하고 있다. 텐씨는 “우리 회사는 근무 환경이 좋고 직원들에 대한 복지도 아끼지 않아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기로 마음먹어 E-7 비자를 받으려고 공부하고 있다”며 “E-7 비자를 받으면 고향에 있는 가족들도 모두 데리고 와 한국에서 돈을 벌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또 특정활동비자(E-7)를 취득해 2년 전부터 한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중국인 이곤명씨(36)는 “오바라는 우리 가족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도와준 은인 같은 회사다”라며 “오바라의 일원으로서 온 힘을 다하고자 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고용허가제’로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해결한 오바라는 앞으로도 차별 없는 고용정책을 지속해 안정된 외국인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홍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어려운 일들을 도맡아 해주고 있어 우리 기업이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노력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며 “차별하지 않고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한다면 우리 기업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외국인 근로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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