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세종시 공무원의 투표심리는 野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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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13 총선에서 세종시에서는 무소속의 이해찬의원이 당선됐다. 투표 직전까지도 여론조사는 대부분 여당인 새누리당 박종준 후보가 당선되는 것으로 전망 됐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빗나간 여론조사가 아닌가!

 

특히 정부청사의 공무원들이 집중적으로 많이 거주하는 도담, 아름, 한솔, 어진동 등에서는 이해찬의원이 52.7%나 득표를 했고 새누리당 박후보는 26.1%로 거의 두배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세종시 전체 득표에서는 7.7% 차이) 흔히 공무원은 정부여당 지지성향을 보여온 것이 그동안의 통념이었는데 세종시에서의 413 총선에서 그 판이 깨진 것이다.

 

후보의 인물을 보고 선택한 때문이 아니겠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다. 이해찬의원이 과거 실세 총리를 지냈고 ‘친노의 좌장’이라는 명패가 늘 따라 다녔으며, 거기에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로부터 ‘정무적 판단’에 의한 공천 탈락의 수모(?)를 당함으로써 뉴스 포커스가 된 효과가 있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당투표에서조차 이들 공무원 집중 거주지역에서 새누리당이 18.8%밖에 득표하지 못한 것은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 안철수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32%대 득표를 한 것과 크게 대비되는 것이 얼핏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이번 선거만이 아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세종시 전체로는 박근혜후보가 3만3천587표로 3만787표를 얻은 문재인 후보를 이겼다. 그러나 공무원이 많이 사는 한솔동의 경우 문재인후보가 5천531표로 박근혜 후보 2천551표를 크게 이겼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이 ‘정부여당에 대한 공무원들의 불만’이라고 분석한것은 솔직한 면이 있다. 무엇이 공무원과 그 가족들을 화나게 했을까?

 

필자가 만난 현직 공무원 한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정부와 언론은 ‘관피아’ 문제를 심하게 다룹니다. 그런데 A공기업에 자리가 하나 생겼다고 합시다. 그전 같으면 우리 부서 공무원 가운데 연륜이 된 사람이 그리로 옮겨요.

그러면 자리에 숨통이 트여 승진의 폭이 늘어납니다. 또 퇴임한 사람도 그렇게 소화시켜 줘요. 이것을 ‘관피아’라고 막아 버리고나니까 오히려 정치인 낙하산 인사가 생겼잖아요. 정치권에서 마구 밀어 내립니다. 그들 정치권 인사보다 관련 부처 공무원이 공기업이나 단체에 도움이 될텐데 말입니다.”

 

그밖에 공무원들이 갖는 불만 중에는 연금개혁이 크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더 내고 덜 받는 것’으로만 인식되는 공무원 연금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이다. 사실 이 불황시대에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이 공무원이라고 하지만 그 인기의 요인이 되고 있는 ‘연금’이 이렇게 흔들린다면 무조건 손뼉칠 공무원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두 가지 문제, 관피아 척결과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해서 이미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어떻게 모두를 통합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여기에 덧붙여 세종시에 있는 공무원들이 아무리 도시 환경이 좋고 그야말로 ‘행복도시’의 여건이 훌륭하게 갖추어졌다 해도 아직 정서적으로 안착이 되지 않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국회가 열리기라도 하면 서류 보따리를 싸들고 여의도를 수없이 왔다갔다하며 누적되는 피로감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타향살이’는 일급 호텔에 살아도 타향살이일 뿐이다. 따라서 이들이 세종시에 안착할 수 있는 심도 있는 정책을 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거창한 구호도 좋고 애국심도 좋지만 그것만으로 충성을 강요할 수 없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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