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부커상 수상 한강 ‘채식주의자’(창비 刊) 국내 문단, 출판계 돌풍

한강의 <채식주의자>(창비 刊)가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모든 언론은 작가 한강과 그의 작품,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에 대해 대서특필하고, 오프라인과 온라인 서점에는 책이 동이 난 상태다. 

이번 수상이 그동안 침체됐던 한국문단의 자극제인 동시에 출판계에 활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한강은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가,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의 당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젊은 날의 상실과 방황을 진지하고 단정한 문체로 그린 소설집 <여수의 사랑>(1995년), 한 여성의 실종과 그녀를 찾으려는 인물들이 미로찾기 같은 여정을 기록한 장편 <검은 사슴>(1998년)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슬픔과 외로움을 써왔다. 2005년에는 태고의 순수성과 원초적 미를 되찾고 싶어하는 한 예술가를 그린 <몽고반점>으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채식주의자>는 지금까지 소설가 한강이 발표해온 작품에 등장했던 욕망, 식물성, 죽음, 존재론 등의 문제를 한데 집약시켜놓은 완결편이다.

 

표제작인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으로 구성됐다. 죽어가는 개에 대한 어린시절의 기억으로 점점 육식을 멀리하고 스스로가 나무가 되어간다고 생각하는 영혜를 주인공으로 각 편에서 다른 화자가 등장한다.

 

첫번째 <채식주의자>에서는 아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남편, 두번째 <몽고반점>에서는 처제의 엉덩이에 남은 몽고반점을 탐하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사진작가인 영혜의 형부, 세번째 <나무 불꽃>에서는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을 목격했으나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언니 인혜가 화자로 등장한다.

 

단순한 육식 거부에서 식음을 전폐하는 지경에 이르는 영혜는 아무도 공격하지 않고, 공격받지 않는 순결한 존재, 더 나아가 인간 아닌 다른 존재로 전이된 모습으로 그려진다.

 

반면, 영혜 주위의 인물들은 육식을(영혜 남편), 혹은 영혜의 몸과 몽고반점 그리고 자신의 예술혼을(영혜 형부) 지독하게 욕망한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누군가의 욕망은 결국 누군가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고 끔찍한 기억을 남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엇이든간에 욕망할 수밖에 없는 동물적인 육체로 살아가야 하는 정체성을 포기한 영혜는 결국 죽음에 이르는 길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문학평론가 이어령 선생은 이 작품에 대해 “한강의 소설은 기이한 소재와 특이한 인물 설정, 차원 높은 상징성과 뛰어난 작법으로 또 다른 소설 읽기의 재미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값 1만2천원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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