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들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데다, 그나마 남아 있는 젊은이들도 제2금융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변에 제1·2 금융기관까지 몰려 있어 고객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부평새마을금고는 주민들과 유대감을 넓혀 지역사회 대표 금융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 소신 지키는 ‘원칙 경영’
부평새마을금고 본점은 아파트와 일반 주택가 사이에 있다. 은행 업무가 시작되는 오전 9시부터 금고를 찾는 주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은 건실한 지역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최천만 이사장이 처음 취임한 1999년에는 금고 재정이 썩 좋지 않았다. 게다가 44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사장이 됐으니 주위에 우려하는 시선도 많았다. 최 이사장은 직접 발로 뛰며 회원을 모집했다. 동네의 작은 행사를 빠짐없이 찾아다니며 금고를 홍보했다.
더불어 ‘우리 동네 은행’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동네에 행사가 있으면 천막을 비롯해 식판, 식탁, 의자 등 사소한 물품 하나까지 지원했다.
이사장이 되자 주위에서 여러 청탁이 들어왔지만, 도울 수 있는 일은 팔을 걷어붙이고 돕고, 원칙에 벗어나는 일은 단칼에 거절했다.
정치와도 거리를 뒀다. 금고가 주관하는 행사에 정치인은 일절 초청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이런 ‘원칙 경영’은 서서히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 10년 만에 총 자산 3배 증가
2005년 688억 5천700만 원이었던 총 자산은 본점을 이전한 이후 지난해 2천238억 5천만 원으로 무려 3배가 넘게 성장했다. 당기순이익은 10억 7천400만 원, 연체비율은 0.28%로 3년 연속 경영실태 종합평가에서 1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삼산동과 갈산동의 지점 4곳에서 4만 명의 고객을 둔 지역사회 대표 금융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김봉균 전무는 “2002년부터 각종 사업 평가에서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받았고, 2012년 최 이사장이 새마을금고 대상에 선정됐다”며 “지난해 경영평가에서도 종합부문 우수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직원들이 고객을 부모라고 생각하고 내 일처럼 처리해 신뢰를 얻은 결과”라고 공을 돌렸다.
부평새마을금고는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주 이용층이 고령화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젊은 층에 어필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김 전무는 “20~30대가 많이 이용하는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 영화와 연계한 체크카드 등 맞춤형 상품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2014년부터는 지역 주민센터와 협약을 맺어 아기가 태어나면 1만 원이 입금된 통장을 발급하는 ‘출산 기념 통장 발급’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 따뜻한 지역사회 조성 ‘앞장’
부평새마을금고는 다양한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경로당 연료비 지원 사업이다. 인천 금융기관 중 유일하게 지난 1997년부터 연말에 경로당 50여 곳을 일일이 방문해 1천100여만 원의 연료비를 지원한다. 좀도리 자원봉사단도 빼놓을 수 없다.
좀도리 봉사단 주부회원 30여 명은 김장김치와 밑반찬을 만들어 홀몸노인과 소외계층 등 50여 가구에 배달한다.
가을이 되면 직원들과 좀도리 봉사단을 비롯한 회원 500여 명이 농촌 체험행사에 나서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화합하는 시간도 가진다. 본점에 들어선 요가교실과 헬스클럽은 회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최 이사장은 “새마을금고는 얻은 수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해 따뜻한 동네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특히 지역 내 금융 소외계층 지원에도 정성을 쏟는 금고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김덕현기자
인터뷰 최천만 이사장
“원칙지키는 소신 경영으로… 고객에 신뢰받는 금융 서비스”
“부평새마을금고가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원칙과 소신대로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정도(正道)를 지켜 주민께 신뢰받은 새마을금고가 되겠습니다.”
불혹을 넘은 44세에 처음 취임했을 때 금고의 재정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회원을 많이 만나야 하는 상황에서 돈이 없으니 15년 동안 점심으로 칼국수만 먹었다. 최근 점심 메뉴를 김치찌개로 바꿨다는 최 이사장은 칼국수만 먹던 때를 회상하는지 희미하게 웃었다.
부평구의원을 지낸 그는 이사장을 맡은 이후 정치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 행사에 정치인은 초청하지 않았고, 청탁도 많았지만, 원칙에 벗어난다 싶으면 딱 잘라 거절했다. 다혈질인 성격 탓에 혹시 실수라도 할까 봐 말을 아끼고 겸손해지려 노력했다. 이같은 ‘원칙 경영’은 그가 5번 치른 이사장 선거에서 연임이란 성과로 나타났다.
부평새마을금고 역시 각종 사업실적평가와 사업종합평가에서 상을 휩쓸었고, 지난 2012년 새마을금고 시상식에서는 영예의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금고는 2013년부터 경영실태 종합평가등급에서 1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은 2천238억 5천만 원, 당기순이익은 10억 7천400만 원에 이른다.
최 이사장은 “지금의 성과는 나보다는 직원들이 고객을 부모같이 생각하며 내 일처럼 처리해 신용을 얻은 결과”라며 “앞으로도 주민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며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어느덧 환갑이 지난 그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두 시간 동안 산책을 한다. 원 없이 마셨던 술도 소주 1병으로 줄이고, 주말에는 유산소운동을 한다. 최 이사장은 지금까지 함께해온 회원들과 형님, 동생하며 지낸다.
‘원칙 경영’으로 정도를 지켜온 최천만 이사장은 “마을금고의 존폐는 주민의 믿음을 얻느냐 못 얻느냐에 달렸다. 주민에게 믿음을 주는 금고, 부평새마을금고가 바로 그런 곳이다”고 힘주어 말한다.
김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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