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_위기의 경기도 문화예술] 4. 효율성 따진 공공 박물관·미술관 ‘민영화의 덫’

경제 논리 앞세운 민간위탁… 공공성 위축 우려

효율성 강화를 목표로 한 경기도 공공 문화예술기관의 분리 통합 결과는 명확하다. 

예산 절감과 운영의 묘를 살린 일부 긍정적 사례도 있지만, 공공성 약화와 각 기관별 기능 축소 등 부작용이 더 큰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경기도가 연구용역 등을 토대로 공공 문화예술기관에 대한 경영합리화 방안으로 ‘공공 박물관ㆍ미술관의 점진적 민영화’를 추진할 분위기다. 도내 공공 문화예술 시설의 민영화에 따라 예상되는 문제점을 짚어본다. 

경기도가 연구용역기관 엘리오앤컴퍼니에 의뢰해 발표한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방안’ 중 경기문화재단에 대한 합리화방안에는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실학박물관, 전곡선사박물관, 백남준아트센터 등 4개 전시관은 민간기관에 위탁 운영”이 적혀 있다. 

현재 문화재단이 통합 위탁 운영 중인 도내 공공 박물관ㆍ미술관들에 대한 민영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해당 기관 종사자들은 물론 문화예술계는 ‘어불성설 방안’이라며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첫번째 이유는 해당 기관 모두 이미 민간기관에 위탁 운영 중이라는 점이다. 1997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경기문화재단은 민간 주도의 비영리 공익 재단법인으로, 지난 2008년부터 도로부터 도내 공공 박물관ㆍ미술관을 통합 수탁 운영하고 있다. 결국 문화재단이 아닌 민간 위탁은 사설기관 혹은 민간단체로의 민영화를 의미한다.

 

문화재단이 아닌 민간기관(단체)에 위탁했을 때 예상되는 문제점은 많다.

일단 국가문화유적지(사적 제268호) 안에 위치한 전곡선사박물관이나 문화재보호구역(경기도 기념물 제7호)에 위치한 실학박물관 등은 각각 보호시설로 민영화 논의 자체가 이뤄질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번 민영화 방안을 두고 “무지의 소치”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중 실학박물관에 기증 위탁돼 있는 유물 반환 요청 및 소송도 예상된다. 백남준아트센터 역시 현재 소장품은 저작권자(백남준의 조카 켄 하쿠다)와의 계약상 각종 사업과 상품제작 등에 활용가능하지만 타 기관에서 상업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우리나라에서 백남준 관련 사업권은 문화재단에만 있다.

 

더욱이 모든 기관의 입장료 상승은 불보듯 뻔하다.

특히 국내 최초 공립 도어린이박물관의 경우 민영화하면 운영 예산 확보와 수익 창출을 위해 현 입장료(4천원)에서 최소 1만원 이상 폭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어린이 대상 체험전을 운영하는 사설기관 대부분은 입장료를 최소 1만원 이상으로 책정하고 있다.

 

해당 기관의 한 학예사는 “수익 창출이 목적인 그 어떤 민간기관도 지금 이 박물관들의 운영에 관심없다. 경영합리화 방안에 제시된 해당 기관장(직원)들도 실소하더라”고 전했다.

 

또 다른 큐레이터는 “백남준, 전곡리 유적, 실학 등 세계에 경기도를 알릴 국가적 콘텐츠이자 정체성을 상징하는 기관들에 대해 민영화를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얕은 숫자놀음 끝에 문화 정책을 포기하는 무식한 도정을 드러낸 꼴”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 배기동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 위원장(초대 전곡선사박물관 관장)은 “세계 1등 경기를 지향하며 세웠던 도내 공공 문화예술시설은 미래 먹거리를 창조하는 교육기관이자 창조경제의 산실”이라며 “지금 몇 억원 아끼겠다고 사설 기관에 넘겨 그만큼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은 넌센스이고 결국 공공성을 위축시켜 장기적 공적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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