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지방재정 진단 좌담회] “지자체 재원 줄어… 복지 축소·공공요금 인상 불가피”

▲ 경기일보 주최 ‘긴급 지방재정 진단 좌담회’가 열린 18일 본보 중회의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원 당선인을 좌장으로 이영범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이재은 수원시정연구원장, 박완기 경기 경신련 경기도협의회 정책자문위원장, 김종구 경기일보 논설실장이 중앙정부의 지방재정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오승현기자

지방재정제도 개편 무엇이 문제인가

증세 없는 복지라는 정부의 뜬구름 잡기 정책이 가져온 파탄

6개 불교부단체는 물론 道·도의회·시민·지역단체까지 반발

행정자치부가 지방재정제도 개편을 예고하면서 정부-자치단체, 자치단체-자치단체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또 정부의 개편안이 주민 생활에도 밀접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반 주민은 물론, 시민·사회·종교단체까지 정부를 향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갈등과 반발의 이유는 하나로 축약될 수 있다. 바로 ‘지방자치제도’다. 중앙정부(행정자치부)가 지방정부(자치단체)를 대등한 개념이 아니라 종속된 개념으로 바라보려 하기 때문이다.

 

김진표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자이자 전 경제부총리는 “중앙이든, 지방이든, 돈이 없으면 국민을 위한, 주민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면서 “이번 사태는 본질적으로 돈(세금)으로 지방정부에 입김을 불어넣으려는 중앙정부의 시대착오적 판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방재정제도 개편의 핵심은 2가지다. 조정교부금 배분방식 변경과 법인지방소득세의 공동세 전환이다.

 

첫째로 조정교부금 배분방식 변경을 들여다보자. 정부는 지방재정법 시행령 제36조에 따라 자치단체가 주민에게 받은 지방세 일부를 국세로 가져간다. 이 돈으로 각종 국책사업이나 정책을 추진하며, 일부는 재정결함이 있는 자치단체에 보조(조정교부금-보통교부세)한다.

 

전국의 자치단체 중 조정교부금-보통교부세를 보조받지 않는 곳은 수원과 성남, 화성, 용인 고양, 과천 등 6개 자치단체로, 불교부단체라 불린다. 현재 이들 6개 불교부단체는 연 33조원 규모의 보통교부세를 정부로부터 보조받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 기여한 지방세 중 일정 부분을 우선배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를 없애버리겠다고 나선데다 배분방식도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로 법인지방소득세의 공동세 전환이다. 현재 자치단체 재원의 주 수입원인 법인지방소득세 중 50%를 도세(광역자치단체)로 조정, 전액을 소속 자치단체에 균등하게 배분한다는 것이다. 기업유치와 관리감독으로 인한 사회적비용은 간과한 조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가지 모두 지자체의 구멍을 정부가 아닌 지자체가 메우라는 뜻이다. 이 같은 정부 개편안이 이뤄지면, 자치단체의 가용재원이 줄어들게 되면서 각 고장에서 이뤄졌던 문화 및 관광, 체육행사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또 주민 복지를 위한 주민센터 프로그램과 장애인복지관 운영, 경로당 사업, 노인장기요양시설 및 재가 급여가 상당 부분 축소된다.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도 차질이 불가피하며 그동안 가격 상승을 억제했던 쓰레기봉투 값이나 상하수도 요금, 공용주차장 요금 등도 인상된다.

 

이 때문에 수원과 용인, 화성, 고양, 성남, 과천 등 6개 불교부단체는 물론이고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여야를 막론한 지역 국회의원과 주민, 시민사회단체 등까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회적 형평성 위한 조치라는데…

“지방재정 하향평준화… 지방자치 본질 훼손·간섭하는 꼴”

“지역경제 살리기, 돈 몇 푼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해야”

정부는 이번 개편안을 통해 사회적 형평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효과는 미지수다.


이영범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주장하는 형평성 논리는 100번 양보해도 하향평준화에 불과하다”면서 “정부는 지방을 하향평준화 해서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고 꼬리표 달린 교부금으로 지방자치에 간섭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구 본보 논설실장도 “2002년 국토균형발전위원회가 생긴 뒤 국가가 돈을 지방에 나눠주면서 나라가 수도권과 지방 둘로 쪼개졌다”며 “이번에는 구분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쪼개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나라가 분열되는 것을 느낀다”고 평했다. 

이어 “군소도시 쪽도 판단을 잘해야 한다. 정부가 특례를 주는 게 아니다”며 “잘 살게 하려면 규제를 풀어주고 첨단산업 위주로 발전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돈 몇 푼 쥐여주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좌장인 김진표 당선자는 해외의 성공사례를 소개하며 김종구 실장의 말을 거들었다. 김 당선자는 “이탈리아에는 상수원 보호 등으로 규제받는 지역이 유럽의 부촌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면서 “영화나 문화, 관광, 공연 등 친환경 사업이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준 결과”라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군소도시는 교부금을 더 달라고 하는 것보다 정부에 제대로 된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완기 경실련 경기도협의회 정책자문위원장은 “효과는 제한적이나 부담은 큰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의 생각은 기본적인 책임을 기초지자체, 상대적으로 재정이 낮다는 기초지자체에 다 떠넘기는 성격이 강하다”면서 “형평성을 논하려 했다면 이게 지속 가능한지 당사자인 지자체들과 논의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 부동산시장 등이 어려워지면서 불거지고 있는 도의 재정 결핍에 대한 책임회피성 방안으로 보인다”며 “실제 효과는 크지 않지만, 부작용은 훨씬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이재은 수원시정연구원장은 “근본적인 경제력을 높여주기 가장 쉬운 해결책은 생선을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라며 “지역경제를 살려주는 방법을 정부가 알려줘야지 돈 몇 푼 쥐여준다고 형평성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이 지금까지 해온 조치에 대해 학습 효과는 없고 정부의 정책실패 책임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는 것이 이번 조치의 근본적 배경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지방의 격차를 여유 있어 보이는 지자체에 떠넘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부작용·문제점은

“재정자립도 50% 이상 지자체 감소… 신규 정책·사업 중단”

“공공 투자 축소… 의료·교육 등 사회복지 서비스 붕괴 우려”

정부가 지방재정제도를 개편하면서 나타날 문제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특히 일부 대도시는 광역화를 추진, 도 단위 자치단체가 껍데기만 남을 수 있으며, 군소도시는 물론 중견도시들까지 지방자립도가 낮아지면서 정부를 향한 재원 종속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번 조치가 과연 지속 가능한가에 대해 정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박완기 위원장은 “재정자립도 50% 이상의 지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6개 불교부단체는 예산규모가 1조원이 넘지만, 가용규모는 1천억원에 불과하다. 정부 개편안이 이뤄지면 이들 지자체는 가용재원이 사실상 없는 상태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지자체가 새로운 정책적 사업이라던지 실험 ,투자를 전혀 못하게 되는 결과로 나타난다”면서 “그렇게 되면 왜 지방자치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까지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시군과 도의 역할이 재정제도 개편을 통해 불필요한 행정구도 개편논란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영범 교수는 주민을 위한 기초적인 사회복지행정 서비스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불교부단체 입장에서는 재정이 그동안 유지해오던 교육 의료 사회안전망에 대한 공공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런 기본적인 필요에 대해 공공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다수 서민은 양질 교육 의료서비스 등을 받을 수가 없게 된다”고 전했다. 

빈부격차 등 사회적 갈등이 더 커지면서 정부가 주창하는 사회통합이 더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세수 결손이 발생해서 긴축 제정하는 지자체가 늘어나면 소비가 위축되고 세수는 더 안 걷히고,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종구 실장은 “용인을 예를 들면 지역 한 마을에서는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외출을 하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면서 “주변에 관광지 등이 많아 도로가 꽉 막히기 때문인데, 마을주민들은 용인시가 빚을 다 갚고 도로를 확장하는 등 조치를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 개편안에 따라 용인시 세수가 줄어들고 도로 확장 등이 늦어지면 마을주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면서 “그뿐 아니라 쓰레기봉투나 상하수도요금 등 주민들의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역할·대안은

“국세, 지방세 전환 등 자주재정권 제도적 확립 필요”

“시민사회 힘 모아 조정교부금 시행령 개정 저지해야”

좌장인 김진표 당선자는 마지막으로 토론자들에게 현 상황에서의 정부 역할과 대안 제시를 주문했다. 이에 박완기 위원장은 “우선 재정교부금과 관련된 시행령 개정은 유보가 돼야 한다”면서 “지속가능성과 그 파장에 대한 논의가 지역은 물론, 국회에서도 이뤄져야 하며 그 방향은 조세법률주의 형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범 교수도 “기본적으로 박 위원장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정부는 미봉책이 아니라 자주재정권을 제도적으로 확립해주고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한다든가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이 교수는 정부가 돈 쓸데가 많다고 핑계를 댄다며, 이는 이명박 정부 때 2% 인하한 법인세를 재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종구 실장은 “도내에는 대도시도 많지만 군소도시도 많다”면서 “정부의 이번 개편안은 대도시 주민은 물론, 군소도시 주민, 즉 경기도민 모두에게 특혜가 아니다. 이 정도로는 영원히 부자도시로 태어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결론은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이 정부에서 교부금 5억~10억원 확보했다고 말씀 많이 하시는데, 이번에 노력하시면 수천억원의 교부금을 확보하는 것과 다름없는 활동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은 원장은 가장 시급한 문제로 조정교부금에 대한 시행령 개정 저지를 손꼽았다. 이 원장은 “말 그대로 고도의 정치적 의도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지만, 시민사회가 힘을 발휘해서 이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분명히 전달하고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8대 2에서 7대3, 6대4로 상향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불교부단체의 숫자를 늘릴 수 있는 재정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좌장인 김진표 당선자는 마지막 마무리로 “제20대 국회에서는 지방재정제도 개편은 물론, 누리과정 문제 등을 가지고 특위를 구성하거나 예결위에 상설해 여야 의원들과 논의하려 한다”면서 “조세법률주의에 입각, 현재 과도하게 포괄적인 시행령을 국회가 충분히 견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토론에서 중요한 집합분야가 모두 잘 다뤄진 것 같다”면서 “이번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계기로 오히려 지방재정을 정상화하고 지방재정의 자립도를 균형 있게 상승하는 좋은 계기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명관·안영국·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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