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명 넘던 미군 줄줄이 평택 이전 보산동 관광특구도 ‘쇠락의 길’
“언제 문 닫나” 상인들 시한부 영업 반환지 개발로 상권 부활 기대도
19일 동두천시 보산동 주한 미군 부대 캠프 케이시 앞. 보산동관광특구라고 적힌 표지판 앞부터 약 60여미터의 길가에 늘어선 상점들은 굳게 문이 닫혀 있거나 ‘폐업 세일’ 등을 하며 한산한 모습이었다. 관광특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상 운영 중인 곳을 찾는게 더 어려울 정도였다.
한 때 동두천에 2만명 넘게 주둔하던 미군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이들을 상대로 생계를 이어온 상권도 점차 쇠락의 길을 걸었다.
원래 이 일대는 대한민국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60~70년대 엄청난 호황을 누리던 곳이다. 가게 마다 미군들이 넘쳐나 금고에 달러가 가득찼고, 돈 걱정 없는 동두천이라는 의미의 ‘돈두천’ 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 지역에서 30년 넘게 전파사를 운영하고 있는 K씨(81)는 “동두천은 과거 미군으로 인해 돈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불렸다”며 “집 장만에 자녀 대학 등록금까지 전부 이곳에서 벌어서 가능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의정부시에 주둔 중인 미군부대 주변도 마찬가지다.
의정부시 고산동 캠프 스텐리 후문 앞 음식점 한쪽벽에는 그동안 다녀간 미군들의 사진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는 미군들이 Y씨(63ㆍ여)에게 한국말로 ‘엄마’라고 부르는 모습이 그동안 미군들과 함께한 긴시간을 짐작케 했다.
Y씨는 “미군들이 좋아하는 햄버거를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서 매일 가게가 가득찼고 자연스럽게 영어도 배우게 됐다”며 “한국 복무가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간 이들이 가끔 편지도 써서 보내주는 등 정든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경기북부지역에 주둔한 미 2사단은 오는 7월부터 평택으로 이전을 시작, 일부 동두천지역에 잔류하는 부대를 제외하고 내년 말까지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미군의 주둔으로 흥망성쇠를 함께한 이 지역 상인들은 모두 사실상 시한부 생활이 시작된 상태다.
상가민들은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상점을 언제 폐업하게 될지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군이 떠난자리에 다시 제2의 호황이 찾아오길 바랐다. L씨(65)는 “추억과 역사를 공유했던 미군은 떠나지만 앞으로 반환지가 잘 개발되면 새로운 희망이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웅용 경기북부개발연구원 부원장(53)은 “과거 미군부대 주변은 땅값이 가장 비쌀 만큼 호황을 누린 곳이지만 지금은 전혀 반대의 상황”이라며 “개발에 따른 변화된 상권이 다시 자리를 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치권과 지자체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송주현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