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악몽 그 후 1년] 3. 최일선 방역체계 ‘불안’

수술대 오른 방역체계… 대형병원만 신경, 보건소·1차 병원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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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소장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 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오승현기자
“어떤 국가라도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하면 놀라고 조정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이후 올바른 방향으로 대책을 수립하고 보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세계보건기구 WHO-한국 메르스 합동평가단 공동단장을 맡았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이종욱 글로벌의학 센터’ 이종구 센터장은 정부가 보다 넓은 관점에서 메르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메르스 합동평가단에 참여할 당시 한국에서 메르스와 같이 유사한 신종 전염병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센터장은 “메르스 사태가 1년을 맞았지만 아직까지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못했다”며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대형병원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1차 병원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차 의료기관에 대한 시스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메르스와 같은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며 “1차 의료진들에 대한 교육과 함께 정부 차원에서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은 메르스 확산 원인 중 하나로, 1차 병원이 아닌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치료를 받으려고 돌아다니는 이른바 ‘닥터 쇼핑’ 관행을 지적했다. 1차 의료기관이 제대로 갖춰진다면 닥터쇼핑은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속에 실제 정부가 지난해 9월 메르스 사태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발표한 국가방역체계 개편안은 24시간 운영되는 긴급상황센터 신설과 대형병원 시설 확충 등 대응체계 개선을 주요 골자로 하는 반면 1차 병원에 대한 강화 대책은 미비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1차 병원에 컨설팅과 지침 정도만 내려주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닥터쇼핑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 대책에 대한의사협회도 대형병원의 시설을 확충하고 매뉴얼을 강화하는 중기적인 대책과 함께 지역 보건소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내 환자와 관련된 데이터를 분석·축적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지역 보건소가 지역내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포괄적인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며 “현재 보건소는 당뇨와 고혈압, 비만 관리, 금연 클리닉 등 단기간에 변화하는 환자만 관리하는데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발병한 질병을 사전에 분석하고, 빅데이터 구축, 사전 대응 매뉴얼 작성 등 예방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메르스 이후 정부 차원에서 실시한 대책이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훈·구윤모·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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