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고 홍성대
망구지나 철이나서 하염없는 눈물일세
망구지나 자식노릇 못한한이 가슴에 속구처
아버님전 어머님전 못오시는 그길이니
두분님께 업드려서 업드려서 명복을 빕니다
아, 한매친 가슴치며 가슴치며 울아봐도
아, 한만은 풀길없어 풀길없어 우는구나
후회해도 소용없는 메아리로 울려퍼저
피눈물만 나네 불효자식 눈물 용서를 빕니다
아버지를 여읜 50대 딸이 생전에 아버지가 남긴 유작을 돌아가시기 전까지 살았던 자택에서 작은 전시회를 마련해 화제다.
<부모님 전 쌍루>는 홍경하씨(64ㆍ여)가 아버지 고 홍성대씨(2013년 작고 당시 91세)를 추억하며 마련한 전시회의 대표작이다. 세상을 떠나보낸 부모님을 향한 아들의 사무친 절절함이 행간에 넘쳐난다.
경기도 화성, 부천, 김포 등지에서 교직에 몸담았던 아버지 홍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쓰시고 잠시도 가만히 계시지 않았고 정년퇴임 후에는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가 가득하도록 쉼없는 일정으로 바쁘셨다고 딸 홍씨는 추억했다.
아버지 홍씨는 거의 매주 결혼 주례를 맡아 여념이 없었고 70세가 넘어서는 “70넘어도 기운은 똑같다. 어느 일이고 다 가능하구나” 하셨다.
하지만, 찾아주는 사람없고 할 일 없으니 인천 부평구 삼산복지센타에서 도서관 10여년간 자원봉사활동을 하셨고 80순이 되어서는 장능산으로 매일 등산을 하고 산 정상에서 깨알 글씨의 책을 읽었다.
이 때도 아버지는 “내가 등산 다니는 것이 건강을 위한 행위인 줄 아니? 난 시간을 죽이러 가는거야”라며 노년의 일없는 허전함의 덧없음을 말씀하셨단다.
홍씨가 준비한 전시회의 아버지 유작 작품들은 평소 근검절약의 생활로 4자녀를 양육해 묵은 달력 뒷면을 활용, 친필로 적어 벽에 걸어놓은 글들이다. 또, 북에 계신 아버지를, 먼저 가신 형님을 목메어 그리워하며 평생을 써온 글들이다.
홍씨는 “죽음을 바라보며 지내야하는 무료한 시간들을 글로써 위로하신 것 같다”며 “요즘의 부모 공경사상이 흐려져 가고 있는 점을 생각할 때 이 또한 후손들에게 가르침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대단한 작품이 아니어도 죽음을 맞이하며 느껴야 했던 노년 한 사람의 솔직한 가슴의 사연들이 100세 세상을 맞이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한번쯤 읽어보고 생각하게 하는 점을 기대한다”고 이번 전시회를 마련한 이유를 설명했다.
전시회 장소도 주목을 끈다. 아버지가 사셨던 ‘풍무동 범양아파트 107동103호’의 작은 공간이다.
전시회는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4일간이다.
홍씨는 “나이가 드신 노인분들만 아니라 어린 자녀 또는 사춘기, 청년들까지 자신의 수십년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포=양형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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