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의원의 후원회를 허용할 것인가. 이 질문에 허용해야 한다고 답할 국민은 많지 않다. 지방 의원의 자질과 지방 의회의 역할에 대한 부정적 시각 때문이다. 그런데 질문을 바꿨다고 가정하자. 국회의원의 후원회를 계속 허용할 것인가. 이 질문에 허용해야 한다고 답할 국민도 많지 않다. 그 이유도 같다. 국회의원의 자질과 국회의 역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아서다. 지방 의원 후원회 허용 문제는 이렇게 접근해야 한다.
현행 정치자금법이 허용하는 후원회 개최 주체는 정해져 있다. 대통령 후보 또는 대통령 후보가 되려는 당내 후보자다. 국회의원과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지역구 후보자다. 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에 출마하려는 후보자다. 국회의원은 중앙당의 대표자-당 대표 등-로 출마하는 당내 경선 후보자까지도 후원회를 열 수 있다. 대통령에서 기초 단체에 이르는 정치ㆍ행정 선출직 중에 후원회가 금지된 것은 지방 의원뿐이다.
국민이 대통령 후보나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 몰아주자고 한 적 없다. ‘그들만의 리그’인 당 대표 경선에 후원금 모으라고 동의한 적도 없다. 되레 후원회니 출판 기념회니 하며 후원금 긁어모으는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도 후원회는 합법적인 모금 수단으로 법제화돼 있다. 국회의원들 스스로 만들어 놓은 법이다. 그러면서 지방 의원만 쏙 빼놨다. 이 역시 국민에게 물어보지 않고 만든 차별적 조항이다.
지방 의원의 후원회가 정의롭다는 주장이 아니다.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ㆍ군수와 지방 의원의 불평등을 지적하는 것이다. 2000년 헌법재판소는 ‘지방 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점을 후원회 금지의 근거로 들었다. 그 후 달라졌다. 지방 의원들에게도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보수가 주어진다. 헌재가 내걸었던 조건에 사정변경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지방 의원에게만 후원회를 금지하는 규정은 유지되고 있다.
물론 지방 의원 스스로 자질을 높여가려 노력해야 한다. 지방 의회가 시민의 사랑을 받도록 역할을 키워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와 헌법상 형평성의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후원회를 금지하려면 모든 정치 세력을 금지해야 맞고, 후원회를 허용하려면 지방 의원에게도 허용해야 맞다. 경기도의회 임채호 의원 등이 23일 이에 대한 헌법 소원을 청구했다고 한다. 한 번쯤 새로운 결정을 받아봐야 할 때가 됐다.
국회의원 역할은 크고 지방의원 역할은 작다는 편견, 국회의원은 고상하고 지방의원은 저급하다는 편견, 국회의원은 존경받아야 하고 지방의원은 홀대받아도 된다는 편견. 이런 근거 없는 편견이 법률을 지배하고 있어서야 하겠는가. 헌재 결정은 대법원 판결과 다르다. 그 시대 정치 시대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론을 낸다. 이번 헌소에 대한 헌재 결정이 과거의 그것과 달라질 수도 있음을 예상케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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