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정 성남시립국악단 상임단원 “아쟁은 삶 그 자체”

▲ 아쟁 연주자 정미정 독주회 포스터 이미지

연주자와 악기의 만남에는 강한 끌림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 악기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하는 연주자가 있는가 하면, 오랜 기간 연주를 하다 돌아보니 이미 그 매력에 깊이 빠져 들어가 있었다는 연주자도 있다. 아쟁 연주자 정미정(42) 성남시립국악단 상임단원은 후자에 속한다.

 

고교 시절 막연하게 방송 쪽 일을 하고 싶었던 소녀 정미정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사촌오빠의 권유로 아쟁을 시작하게 됐다. 늦은 만남이었다. 1997년 전남대학교 국악학과 졸업 후 스물 여섯 살에 결혼과 동시에 둘 딸을 키우면서 엄마로서, 연주자로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녀가 아쟁을 진짜 사랑하게 된 건 30대부터였다.

 

“아버지가 국악을 좋아하셨고 오빠가 타악을 전공해 국악은 항상 곁에 있어 친숙했어요. 하지만, 20대에는 정작 아쟁을 사랑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쟁은 남성 악기로, 저음이고 무거운 울음을 가지고 있죠. 한편으론 흥도 많은 악기가 아쟁인데 서른을 넘기면서 아쟁의 매력에 취하게 됐고,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었어요. 이제 아쟁은 나 자신이자, 삶 그 자체죠.”

 

2002년 전북대학교 대학원 한국음악과를 졸업하고, 올해 한양대 국악학과 박사과정(논문: 아쟁 시나위 연구)을 마친 그녀가 오는 6월 5일 오후 5시 서울 강남에 있는 한국문화의 집 코우스에서 제10회 독주회를 연다. 

독주회 타이틀은 ‘흩은’. 전통 민속악의 한 종류인 산조(散調)는 말뜻 그대로 ‘허튼 가락’, 또는 ‘흩은 가락’이란 뜻에서 유래한 기악 독주곡이다.

▲ 아쟁 연주자 정미정. 사진=강현숙 기자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9호 박종선류 아쟁 산조 이수자인 그녀는 이번 공연에서 ‘박종선류 아쟁 산조’와 ‘시나위’를 연주한다.

 

“박종선류 아쟁 산조는 진양·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 장단 구성에 절제된 애절함과 무심한 듯 눌러내는 한(恨)의 표현으로, 부드러운 듯 강한 멋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시나위는 무속음악을 기반해 발전한 즉흥 기악합주곡으로 자유로운 즉흥 선율을 선보일 것입니다.”

 

막강한 실력과 화려한 수상 경력, 다양한 음악 활동 등으로 국악계에서는 이미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는 정미정 연주자는 이번 독주회를 통해 전통음악의 창조적인 면모와 연주자로서의 즉흥성과 자유로움을 입증해 보일 계획이다.

 

“연주곡의 난이도만큼이나 연주자로서 부담감은 크지만, 이번 공연은 아쟁 연주자 정미정만의 음악을 시작하는 단계이자, 성남시립국악단 상임단원으로서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자리입니다. 특히 지난 2006년부터 성남시립국악단원으로서 활동하면서 성남은 음악과 인생을 경험한 고마운 도시입니다.”

 

아쟁 고유의 깊은 성음과 자유스러운 선율처럼 그녀는 연주자로서의 자유스러움과 예술적 기질을 ‘흩은 가락’에 담아 시대를 노래하고 연주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는 진정한 의미의 ‘연주자’로 거듭나고 있다.

 

성남=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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