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저감 위해 경유값 인상?…소상공인 업계 단단히 뿔나

부천에서 개인용달을 하는 강모씨(47)는 최근 들려온 경유값 인상 추진 소식을 듣고 한숨부터 나왔다. 

매일 10시간 가까이 각종 물품을 운송하면서 그가 운임료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매달 200만~250만원 수준. 

그러나 이 가운데 60만원 정도는 유류비로 지출돼 실질적으로 강씨가 손에 쥐는 금액은 100만원대 후반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로부터 사업용차량 유류보조금으로 매달 20만원가량을 지원받지만 10일도 안 돼 동나기 일쑤라 매번 ‘제 살 깎아먹기’식 영업을 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며 경유값을 올린다고 하니 강씨로선 답답할 노릇이다. 

당장 단순하게 계산해도 매달 10만원은 더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씨는 “우리 같은 영세 용달업자에게 10만원은 적지 않은 돈”이라며 “가장으로서 생계를 어떻게 책임져야 하나 막막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경유값 인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상공인ㆍ자영업자 업계가 단단히 뿔이 났다. 특히 경유값에 민감한 개인용달ㆍ택배ㆍ화물 사업자들은 생존에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일 경기도용달화물협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미세먼지 종합 대책의 일환으로 경유 1ℓ당 150원가량의 환경개선부담금을 직접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이 경유차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사업용 화물자동차를 운영하는 영세 개인사업자들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경기도 주유소의 리터당 평균 경유 금액인 1천220원(1일 기준)이 1천370원으로 오를 경우 매달 800ℓ를 사용하는 경유 화물차는 12만원가량 유류비가 더 들어간다.

운임 수익의 최소 30%는 유류비로 사용하는 화물사업자에게 큰 부담이 아닐수 없다. 경기도용달화물협회 관계자는 “10년째 용달 운임료는 거의 그대로거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데, 기름값이 오르면 영세 사업자들은 운송비를 보전할 수조차 없게 된다”며 “도내 2만여 개인용달 사업자들이 당장 생존의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또한 경유값 인상에 대해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경유값 인상은 대중교통ㆍ전기요금 인상을 비롯해 사회 전반의 물가를 상승시키는 나비효과로 이어져 결국 서민경제 위축을 불러올 것”이라면서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별 단체는 물론 다각도로 경유값 인상 저지에 나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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