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양주 붕괴사고도 인재, 안전시스템 무용지물

또 사고가 터졌다. 이번엔 남양주시 지하철 공사현장이 붕괴해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1일 오전 7시27분께 진접읍 금곡리 일대 진접선 복선전철 제4공구 건설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나 작업 중이던 근로자 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사고는 다리 아래 공사현장에서 용단 작업 중 가스가 폭발해 난 것으로 추정된다. 가스 폭발로 사망자 1명은 현장 바깥으로 튕겨져 나갔으며, 나머지 3명은 매몰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현장에는 근로자 17명이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작업자들은 지하 15m 아래에 고립됐다가 변을 당했다.

진접선 지하철 공사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진접선 건설현장에 위치한 금곡리 주곡2교 아래 개착 구간의 철근 공사 중 용단작업을 하다 가스통이 폭발해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진접선 복선전철 공사에는 7개사가 참여한 가운데 사고 구간 공사는 포스코건설이 맡고 있다. 사고를 당한 근로자들은 포스코 협력업체인 ‘매일ENC’ 소속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설치해 사고 원인과 관리 책임, 과실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이야 조사 뒤 드러나겠지만 분명한 건 이번 사고 역시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사고는 주곡 2교 아래 공사현장에서 15m 지하로 더 들어간 폭 2m, 길이 10m 정도 되는 작업 공간에서 발생했다. 비좁은 지하 밀폐공간에서 위험천만한 가스 작업을 하기 때문에 만반의 사고 예방조치가 이뤄져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결국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안전수칙을 정확히 준수했는지 등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안전을 도외시한 부실한 지반공사 가능성도 조사해 봐야 한다. 현장 근처에 있는 주곡 2교도 폭발의 여파로 문제가 없는지 안전전검을 해야한다. 하도급의 문제도 점검해 봐야 한다.

이번 사고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다. 토목, 건축, 소방안전 등 관련 전문가들은 “산업현장, 토목현장 등에서 가장 신경쓰는 것이 가스와 관련된 누출사고, 폭발·화재사고”라며 “현장 감독과 근로자들이 이를 충분히 알고 있지만, 이를 지키기 위한 안전 마인드는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현장의 안전수칙, 매뉴얼은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이다. 사건ㆍ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안전규칙을 새로 만들고 시스템을 보완한다. 하지만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관리능력과 마인드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규정과 실천이 따로 노는 후진국형 산업 근로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안전사고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부터 고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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