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부당대우 관련기관과 연계 돕고
일자리 상담… 문화체험·한글교실도 운영
광주의 한 시골마을 개척교회에 피부색이 까만 외국인 두 명이 들어왔다. 정확히 말하면 아프리카 국적이다. 순간 예배를 보던 신도들은 술렁거렸다.
외국인을 만나는 일이 흔치 않던 시절이다. 농촌인 광주에서 아프리카인은 더더욱 그랬다. 1998년의 어느 날이다.
인근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이 거주지에 형광등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도움을 청하러 온 것이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소통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형광등 교체에 이어 보일러 수리도 도왔다.
이후 신도 50여 명이 전부이던 교회는 어느 순간 외국인 반 내국인 반이 됐다. 예배도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진행했고, 찬송가 역시 그랬다. 내국인들이 불편해했지만 오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내국인이 줄어드는 만큼 외국인이 늘었고 목회는 자연스럽게 외국인 위주가 됐다.
영어 목회에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한국어 교육이다. 노동자들인 탓에 한글 교육은 저녁 시간에만 진행했다. 저녁 인사말을 알려 달라는 노동자에게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알려주자 교회 문을 나서며 “안녕히 죽으세요”라고 했다.
한국이주노동재단 이사장인 안대환(55) 목사는 순간 무언가로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외국인을 위한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소명으로 다가왔다. 이주민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때부터 교회는 외국인 선교센터로 쉼터가 됐다. 지난 2008년 설립한 지금의 ‘한국이주노동자재단’의 전신인 곳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충과 애로를 함께하고 있다. 지금까지 다녀간 외국인 수만도 수만 명에 이른다.
외국인노동자의 정착을 돕는 일부터 인권에 관한 일까지 역할도 다양하다. 체불임금과 부당대우 등을 당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과 연계를 돕는다. 실직 혹은 이직을 희망하는 노동자의 일자리 지원 상담도 진행한다. 출입국 상담은 물론 법률상담 건수만 해도 수만 건에 이른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도 운영하고 있다. 한글교실은 물론, 외국인주민직업교육특강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근로자 문화체험 프로그램과 합동결혼식, 다문화 가정 위로잔치 등도 열고 있다. 장례지원 사업과 고용사업주를 위한 지원 사업도 진행한다.
안 목사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임금체불과 부당대우, 인권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며 “다름이 곧 아름다움으로 생각하는 다문화 사회가 형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과 국제결혼 등 외국인 증가에 따른 각종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취업만을 목적으로 하는 입국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해당 국가에서 한국어 교육 등 한국 취업에 필요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거쳐 입국하는 절차 제도화를 통해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한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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