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운동장 납 검출, ‘네 탓 공화국’의 극치다

본보의 첫 보도는 5월 26일이었다. 아주 작은 실타래처럼 시작됐다. 과천 문원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납이 검출됐다는 제보였다. 확인 결과 기준치를 30배나 초과한 납이 우레탄 트랙에서 확인된 자료가 있었다. 도 교육청이 올 초부터 도내 400여 개 학교에 대한 조사를 한 자료 중 일부였다. 물론 납 검출이 확인된 것은 보도 한참 전이다. 지능저하, 주의력 결핍, 행동 장애를 일으키는 납이다. 그런 납 속에 아이들을 그만큼 방치된 셈이다.

문원초등학교 측은 지난 4월 7일에 납 검출 사실을 알았다. 이 사실을 가정에 통보한 것은 40일이 지난 5월 16일이다. 아이들을 납에서 떼어 놓을 시간을 그만큼 허비한 것이다. 이보다 더한 건 환경부다. 환경부는 지난해 5~12월 경기지역을 포함한 수도권 일대 초등학교 25곳을 조사했다. 올 1월에도 25개 초등학교 운동장을 조사했다. 1월 조사에서 13개교의 납 검출치를 확인했다. 하지만, 조치는 없었다. 교육부 통보 여부도 확실치 않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경기도를 책임지는 경기도 교육청의 무책임은 더 심하다. 지난 2일 납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학교 명단을 공개했다. 무려 183곳에 달한다. 조사된 학교 280여 곳 가운데 3분의 2다. 이 중 10개 학교는 검출량이 기준치의 40배인 3천600㎎㎏을 넘는다. 기준치의 10배를 넘는 학교도 100여 곳에 이른다. 검출 학교가 있는 지역은 경기도내 전 지역이다. 이번 발표로 비로소 알게 된 해당 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의 충격이 크다.

납 검출 우레탄과 아이들의 격리는 빠를수록 좋았다. 환경부라면 지난해, 늦어도 올 1월 검출 사실을 공개하고 조치했어야 했다. 경기도 교육청의 경우도 올 초 또는 그 직후부터 대책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런데 환경부도 안 했고 교육청도 안 했다. 심지어 본보가 단독 보도했던 5월 26일 이후에도 침묵하고 있었다. 개별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학교는 있었지만, 전체 명단 공개와 종합 대책은 어디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

기관마다 내놓는 변명 거리가 있다. 환경부는 교육부에 통보했다고 하고, 교육부는 통보받은 적 없다고 하고, 학교는 교육청의 지시가 없었다고 하고, 교육청은 교육부의 일괄 처리를 기다렸다고 한다. 저마다 들이대는 이유가 있고 각자가 지적하는 책임 기관이 있다. 가히 ‘네 탓 공화국’ 수준이다. 그 사이 애꿎은 아이들만 납덩어리를 온몸에 묻혀 가며 우레탄 위에서 뒹굴고 놀았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