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 해외용사에 ‘보은메달’ 주는 권영해 前 국방부장관
DMZ 녹슨 철망·탄피 녹여 제작 메달받은 참전용사들 ‘감동의 눈물’
“자유위한 희생·헌신 잊지 않을 것” 올해도 사비로 200여개 美에 전달
“과거에 대한민국 군인이자 국방부 장관이었던 사람으로서 한반도를 지키는데 힘을 모은 해외 참전용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보은메달’을 만들어 드리고 있습니다.”
6일 제61회 현충일을 앞두고 만난 권영해 전 국방부 장관은 해외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보은메달’을 전달하고 있다. 그가 제작한 메달에는 한국지도 한가운데를 철조망이 가르고 있는 상징적인 모습과 함께 ‘Thanks and Honor(감사와 명예)’라고 적혀 있다. 특히 메달 안쪽 부분엔 DMZ에서 수거된 녹슨 철조망과 한국전쟁 당시 사용됐던 탄피를 함께 녹여 의미를 더했다.
또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한국 사람들을 위해 피 흘리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한 숭고한 뜻을 기리고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았다’는 내용의 보은메달증서도 함께 전달한다.
그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16개국의 국기를 띠 부분에 담았고, DMZ의 녹슨 철조망을 녹였다는 자체가 장벽을 넘어 평화로 가야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권 전 장관이 이같은 보은메달을 제작해 전달하기 시작한 것은 정전 60주년이던 지난 2013년부터다. 휴전 이후 불안한 안보환경 속에서도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면서 세계 10위권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전쟁을 전후해 전 세계의 절반에 가까운 나라들이 도왔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같은해 7월27일 워싱턴D.C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하는 한국전 참전 기념행사에 이 마음을 담은 메달을 보내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주최측에서 이를 공식 메달로 쓰겠다는 요청이 왔다고 한다. 결국 이 행사에서는 한 기업체의 후원으로 4만여명의 참전용사들이 메달을 받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외에서 보은메달의 인기가 높아졌다. 미국 뿐만 아니라 호주, 터키, 필리핀, 태국 등 곳곳에서 수십~수백개씩의 메달이 필요하다고 할 때마다 그는 사비를 털어 메달을 제작하고 개인 짐을 줄여 수화물비를 아껴가며 전세계로 메달을 날랐다. 이번 6ㆍ25에도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릴 예정인 감사공연에서 참전용사들 200명에게 메달을 수여할 계획이다.
국가의 지원도 없고, 기업의 후원은 끊어졌지만 각지의 요청에 사비로 제작해 수여한 메달이 어림잡아 1천여개를 넘는다. 권 전 장관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지만 하고 싶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면서 “대한민국이 나에게 베풀어준 은혜가 너무 크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할 소명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권 전 장관은 현충일의 의미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지난 4월 호주에 방문, 참전용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후손들이 참석한 시가행진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에 대해 과연 우리는 어떤 예우를 하고 있는가’를 돌아봤다는 것이다.
그는 “현충일에 통상적인 기념식과 사이렌을 울리며 묵념하는 행사를 제외하곤 놀기 좋은 연휴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과연 나라의 위기가 왔을 때 목숨 바쳐 헌신하겠다는 사람이 나올 수 있을까 반문해 본다”며 “나라의 위기가 왔을 때 한덩어리가 되어 나라를 지킨 것 처럼 국민적인 단합된 결의가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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