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권 보장 약속하라” vs “중단해야 협상” 해결 실마리 안보이는 장애인단체 도청 점거 농성

투쟁단, 여의도서 결의대회… 與 대표 면담 요청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등 경기지역 장애인단체가 이동권을 보장하라며 경기도청 예산담당관실을 검거, 농성에 들어간 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단체는 구체적인 약속이 있어야 농성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도는 농성을 중단해야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 서로 간 ‘신뢰’를 잃어버린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8일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결의대회를 연 뒤 새누리당 당사까지 행진해 당대표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이 새누리당 당사까지 찾아 나선 것은 남경필 경기지사에게 이동권 확보 약속을 받아내기 위함이다. 420투쟁단은 이미 지난달 13일부터 도청사 구관 1층 예산담당관실과 복도를 점거, 27일째 농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동안 이들은 도청 농성을 유지한 채 남 지사의 일정에 따라나서며 기습시위 등을 벌였으며 지난달 24일에는 남 지사와 면담을 갖기도 했지만 아무런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 채 면담이 종료, 무기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장애인단체는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지원 확대, 저상버스 도입 확대 등 10개 과제, 29개 세부사항을 도에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이중 장애인과 소통창구 역할을 할 수 있는 도청 내 ‘탈시설전담부서’ 신설과 특별교통교통수단 운영비의 도비 분담률 상향(10%→30%), 저상버스 도입 확대 등만 우선 약속하면 농성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장애인단체는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도비 상향과 저상버스 도입 확대를 위해 약 13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도에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도는 장애인단체가 불법적인 시위와 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태에서는 어떠한 요구도 들어줄 수 없다며 농성을 중단한 뒤 복지거버넌스를 구성해 대화를 진행해 나가자고 장애인단체를 설득하고 있다.

 

양측 모두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정책이 확대돼야 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농성을 먼저 중단할 것인가’, ‘구체적인 약속을 먼저 할 것인가’를 놓고 끝없는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단체가 농성을 중단하면 협의해 나가겠다는 경기도를 믿지 못하는 것은 한 장의 ‘공문’ 때문이다.

 

지난 1월28일 경기도가 장애인단체에 보낸 공문에는 ▲1. 조직개편 시 교통약자 전담팀 신설 ▲2. 특별교통수단 도입확대와 시ㆍ군 운영의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도비 지원 비율을 10%에서 30% 이상으로 증액. 2018년까지 시ㆍ군 특별교통수단 200% 이상 도입되도록 시ㆍ군 지원 정책 시행 ▲3. 장애인에 대한 인권의식 및 감수성 함양을 위한 특별교통수단 운수종사자 교육을 2016년부터 시행 및 저상버스 운수종사자 교육은 국토부 법령개정 건의 ▲4. 위 사항과 관련해 격월로 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회의를 개최하고 협의토록 하겠음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 공문을 놓고 경기도는 1, 2, 3 조항을 해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협의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장애인단체는 1, 2, 3 조항을 경기도가 약속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단체는 공문으로 약속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경기도를 더는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420공동투쟁단 관계자는 “공문으로 약속한 것도 이행하지 않는 경기도의 말을 어떻게 믿고 농성을 중단하겠는가”라며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문제는 예산의 문제가 아닌 남경필 경기지사의 의지의 문제로 남 지사가 장애인 이동권 확대를 약속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장애인단체의 도청 사무실 점거가 장기화 되면서 도청 내부에서는 남 지사가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애인단체로부터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남 지사가 어떠한 분쟁 해결 능력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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