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그녀는 딸, 아내, 어머니다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ihju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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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말, 목포발로 전해진 섬마을 20대 여선생의 강간 사건은 ‘이 사회가 도대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라는 걱정을 또다시 하게 했다. 40대 학부모를 필두로 3명의 남자가 힘없는 것은 둘째치고 라도 자신의 아이를 가르치고자 먼 바닷길을 마다하지 않고 고생을 감내하며 사명감에 충만해 달려왔던 20대 여선생을 그렇게 무참히 짓밟을 수 있나 하는 어른으로서 창피함과 분노, 그리고 반성이 한꺼번에 몰려왔기 때문이다. 가해자와 동성이라는 사실로 고개조차 들지 못하게 한다. 

△그녀는 누군가의 딸이다. 아들놈과 나이를 비교하면 아마도 엇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 누군가의 딸이자 대한민국의 딸이니 나의 딸이라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그녀는 시간이 흐르면 누군가의 아내가 될 것이고 그 후에는 어머니가 될 것이다. SNS 상의 댓글에 적지 않은 중년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관용 없는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우리 선조의 성범죄 처벌 전례에 비추어 보면 이들은 모두 교형(교수형)이다. 조선시대는 성범죄를 대명률(大明律)에 따라 처벌했다 한다. 여성이 원치 않는데도 강간을 하면 교수형에 처하고, 강간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한 경우(미수)에도 곤장 100대를 치고 3천 리 밖으로 쫓아냈다. 강간범은 사형이었고, 미수범도 중형이었던 것이다. 조선이 대명률에 따랐다면 중국 역시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동양의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그렇게 단호했다. 

△예나 지금이나 의무교육 과정을 거친 모든 이는 여성은 보호하고 지켜줘야 할 대상으로 가르침을 받았을 것이다. 이는 신체적 약자일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이자 남자의 삶 과정에서 본인과 더불어 가장 크고 깊은 축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여자는 그래서 보호되고 존중받아야 한다. 중년들이 대한민국의 성범죄 처벌이 너무 가볍다며 벌써부터 사법부를 견제하고 나선 이유다. 가해자들은 남자로서의 자존감과 책무를 모두 포기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사회가 줄 수 있는 대답은 하나뿐이다. ‘엄벌(嚴罰)’이다.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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