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 정부, 500만 국민과도 소통하라

박근혜 정부하면 불통(不通)을 떠올린다. 소신과 불통의 의미 분석은 차치하자. 국민이 바라보는 시각과 평가가 그렇다. 박근혜 정부 4년 반을 ‘불통의 4년 반’으로 평가한다. 이런 평가의 실체가 총선에서 계량화됐다. 여당 참패 야당 압승이란 결과와 16년 만의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가 그것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국민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나가야 한다. 이것이 박근혜 정부 5년을 가늠할 최대 과제이고 최종 수단이다.

그런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방재정개편 파국에서 보여지는 행자부의 모습이 그렇다. 수원, 성남, 고양, 용인, 화성, 과천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반대 구호가 지역에 넘쳐난다. 대규모 상경 집회도 이어진다. 해당 지역 시장들은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이다. 이들 지역 인구만 500만명이 넘는다. 인구의 10%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런 거대한 집단이 반대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수도이전 논란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데도 행자부는 불통이다. 장관은 찾아온 시장들과 면담해주는 게 전부다. 경기도지사가 청와대를 찾아 요청했지만 나온 답은 없다. 뒤늦게 김성렬 행자부 차관이 마이크 앞에 섰다. 그런데 거기서 한 말이 불통의 전형이다.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고 ‘집단행동하는 공무원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방재정개편안을 금과옥조처럼 부둥켜 안고 가는 이유부터 틀렸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란 없다. 하물며 지방재정개편안은 출발 논리부터 문제다. 특정 지자체의 재정을 빼앗아 다른 지자체에 넘겨주겠다는 것이다. 반(反) 지방자치적 발상이다. ‘원칙’이라 할 수 없는 일방적ㆍ편파적 제도다. 당연히 피해보는 쪽이 반발하게 돼 있다. 그 피해 쪽과 대화해야 하는 것이 정부다. 그런데 ‘밀어붙이겠다’고만 하고, ‘용납하지 않겠다’고만 한다.

김 차관의 기자회견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혜를 모아나가겠다”는 말이 나왔다. 옳은 말이다. 말대로 하면 된다. 그런데 행자부는 6개 불교부 지자체와는 대화하지 않는다. 6개 지자체, 500만 주민은 대화할 지자체가 아니고, 대화할 국민이 아닌가. 행자부가 말하는 ‘대화할 지자체’는 말 잘 듣고 우호적인 지자체만을 지칭하는가.

박근혜 정부는 아직도 1년 반이나 남았다. 얼마든지 국민의 사랑을 회복할 수 있다. 국민은 ‘소통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이 명령을 쫓으면 된다. 이번 지방재정개편 파국은 그런 소통의 넉넉함을 보여줄 좋은 기회다. 단식 중인 시장들과 대화하고, 지역 주민의 의견을 듣고, 정부 개편안을 손질하고 고쳐 나가면 된다. 국민은 박근혜 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그 소통의 본보기를 이번 재정개편 파국에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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