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공립 4곳 중 1곳 급식 차질
아이들 도시락·우유로 끼니 때워
학부모, 학교로 배달음식도 보내
급식조리사와 교무실무사 등 경기지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나서면서 380여개 학교에서 급식 차질이 빚어져 학생들이 도시락이나 빵, 우유 등을 대체 급식으로 점심 한끼를 때웠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는 상여금 쟁취 등을 요구하며 9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각종 수당과 복지에 대한 차별, 끊이지 않는 고용 불안이 학교 비정규직의 현실”이라며 “이를 없애고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투쟁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2천700여명의 교육공무직원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결의대회를 마치고 교육청∼장안문∼새누리당 경기도당사∼수원종합운동장 구간에서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로 인해 도내 386개 학교 급식이 마비됐다. 이로 인해 전체 공립 유ㆍ초ㆍ중ㆍ고교 4곳 중 1곳에서 급식을 빵이나 우유, 도시락, 라면 등으로 대체 공급했다.
수원 산남초는 조리사 7명 중 6명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예정됐던 김치찌개, 계란찜 등 식단을 빵과 우유로 대체해 학생들의 끼니를 해결했다. 이 곳 총 학생 759명 중 밀가루 알레르기와 빵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69명은 개인적으로 준비한 도시락을 먹었다.
군포 수리고등학교는 조리사 1명과 조리실무사 12명 등 총 13명이 파업에 참가, 1천500여명의 학생들 급식이 중단됐다. 이 학교는 사전에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각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도시락을 싸오라고 안내했지만 미처 준비하지 못한 학생이 많아 매점이 북새통을 이뤘다.
아예 학교로 배달음식을 보낸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친구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음식을 구하고 다니는 학생들도 있었다. 1학년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아들이 도시락을 챙겨가지 않아 도시락을 갖다주러 왔다”며 “아무래도 평소보다 식사가 부실할 수 있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수원 천천고등학교는 조리사 1명과 조리실무사 9명 등 총 10명이 파업에 참가, 1천75명의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다. 학교는 학생 한 명당 빵 3개와 우유를 제공하는 것으로 점심 급식을 대신했다. 교사가 빵과 우유를 학생들에게 나눠주자 한 학생이 “빵은 싫다”며 “밥을 먹고 싶다”고 외치기도 했다. 또 급식 중단 사태를 우려한 학부모들이 김밥과 주스를 사와 학생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가정통신문을 배포하고, 학생들 점심으로 빵을 나눠준다며 학부모 항의 전화를 받았지만 기존 식품 단가로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음식이 빵 뿐이라 안타깝다”면서 “집안사정으로 도시락 등을 준비하지 못한 학생들도 있을텐데 혹시 그런 학생들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여승구ㆍ송승윤ㆍ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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