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아찔 ‘낭떠러지 비상구’

도내 5층 미만 건물 곳곳에 설치
비상시 반드시 필요… 안전장치 시급

1.jpg
▲ 16일 수원시 팔달구 A치킨집의 3층 비상구가 ‘낭떠러지 비상구’로 설치돼 있다. 오승현기자
경기도내 5층 미만의 건물 곳곳에 ‘낭떠러지 비상구’가 존재하며 추락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낭떠러지 비상구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데다 화재 등 위험 발생시 반드시 필요한 탓에 제대로 된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오전 11시께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A 치킨집에는 3층짜리 건물 한가운데 특이한 문 하나가 달려있다. 수원에서 손꼽히는 명물 치킨집인 탓에 하루에도 최고 수천명이 찾을 만큼 북적이는데, 이 같은 특이한 문을 두고 다들 주문한 치킨을 기다리면서 한 번씩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쳐다본다. 이는 1층이 아닌 3층에 계단도 없이 벽 한가운데 덩그러니 만들어진, 이른바 낭떠러지 비상구다.

 

밖에서 이를 지켜보자니 ‘안에서 실수로 누가 문 열고 나와 떨어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보는 이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치킨집 관계자는 “이곳 3층은 직원들 숙소로 쓰여 술에 취한 손님이 접근할 일도 없는데다, 1m가량의 철제 담벼락까지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날 안양시 만안구의 한 건물도 사정은 같았다. 한 교회의 별관으로 쓰이는 이곳 건물 2층에는 낭떠러지 비상구가 버젓이 설치돼 있었다. 낭떠러지 비상구는 의왕과 용인 등 도내 곳곳에서 쉽사리 발견 될 만큼, 지역 곳곳에 퍼져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이 같은 낭떠러지 비상구로 인해 부산에서 20대 남성이 떨어져 중상을 입기도 했다. 중상을 입은 남성은 “화장실을 찾고자 문을 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당 비상구 주변에는 추락방지를 위한 어떠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에 시민들 대다수가 불안에 떨고 있다. 의왕시 이동에 사는 K씨(35·여)는 “보고만 있어도 누군가 추락할 것 같아 괜히 아찔하다”며 “나도 방심하다 떨어져 다치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낭떠러지 비상구는 불법이 아닌데다, 화재 등 위험 발생시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에 적당한 해결 근거 마련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소방 관계자는 “낭떠러지 비상구의 역할은 불이 났을 시 구급대원들이 밖에서 안으로 침투하는 공간으로 쓰이는 곳”이라며 “이에 없어서 안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낭떠러지 비상구가 필요한 만큼 추락을 실제적으로 막을수 있는 보조 수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곳곳에 산재해 있어 실태 파악도 안돼있는 낭떠러지 비상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정기신 세명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부산 사고 현장처럼 낭떠러지 비상구가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는 점으로 실태조사가 필요한 이유다”며 “낭떠러지 비상구를 모두 없애려 하기 보다 추락을 막는 기구 설치를 의무화 시켜야한다”고 조언했다.

조철오·유병돈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