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건설산업기본법이 정한 자본금을 맞추기 위해 고금리 사채를 쓰는 것은 물론 적자를 보고도 흑자를 낸 것처럼 허위장부를 만들어 온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국토부와 대한건설협회,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사채를 통한 일시적 자기 자본금을 충족시키는 행위를 막고자 지난 2010년 11월부터 ‘건설업 관리규정’을 강화해 시행하고 있다. 재무제표 또는 진단보고서 상 예금이 일시적으로 유치된 것인지를 확인하고자 주기적 신고 또는 결산일 전 60일간 자본금을 예치한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정책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다른 현금성 자산보다 조달이 쉬운 사채에 의존하면서 사채업자의 배만 불리고 있다.
G시에서 연 매출 300억 원 규모의 회사를 운영한 H씨는 매달 20억 원 이상의 공사를 하면서도 결산일이 다가오면 자기 자본금 5억 원을 맞추고자 동분서주한다.
여러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고정 자본금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사채를 쓰기에 이르렀고 사채 5억 원을 쓰는데 선수금으로 2천500만 원을 내고 1억 원당 3%의 이자도 감수하고 있다.
H씨는 “결산 시 일감이 있으면 기성금으로 조달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사채로 부족분을 채울 수밖에 없다”며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더라도 5억~10억 원이 넘는 자기 자본금을 2개월 동안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A시에서 토목전문 건설사를 운영 중인 B씨도 자기 자본금 12억 원 중 5억 원이 부족해 2개월 동안 1억 원당 10%가 넘는 이자로 사채를 썼다. B씨는 “건설업계에서 자기 자본금을 맞추기 위해 사채를 쓰는 것은 관행”이라며 “아마도 그 규모는 2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건설업계의 또 다른 지출요인이 돼 경영악화를 초래한다. 수억 원의 적자를 봤음에도 허위로 흑자 장부를 만드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하나의 건설업체가 최초 자본금을 확보한 후 정부나 민간공사를 수주해 운용하면서 정상적인 수익구조를 형성하는데 보통 1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법은 최상의 기준을 정해 놓고 실상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을 펴면서 업체들이 허위로 장부를 흑자로 기재하는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15년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중소건설업체의 신규 대출은 은행이 58.4%였고 그 뒤를 이어 사채가 19.0%로 분석됐다. 이는 전 산업 평균 사채비율 10.6%보다 상대적으로 사채 의존도가 높은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사채를 이용해 자기 자본금을 맞추는 것은 공공연한 실상”이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에 자본금으로 인정되는 자산을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실 업체를 구별하고자 자본금 기준이 있는 것인데 사채를 이용해 자금을 충당하는 것은 절대안 되는 행위다”며 “부실한 업체가 건설시장을 왜곡시키는 만큼 자기 자본금 기준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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