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프리미엄 쇼핑몰 현실은 ‘도떼기시장’ 전락

부평·계산·계양·작전역 ‘역사 상가’ 현주소

▲ 부평역사에 들어선 상점들이 프리미엄 쇼핑몰과는 다소 거리가 먼 헐값에 의류를 판매, 큰 소리의 호객행위를 벌이고 있어 역사가 재래시장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2
“5천원에 한 벌, 트레이닝복은 위아래 세트로 1만원, 오늘 아니면 기회 없어요. 그냥 한번 보고만 가세요.”

 

20일 오후 1시께 인천도시철도 1호선 부평역. 승강장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대합실 쪽으로 올라가자 전에 없던 상가들이 눈에 띈다. 상가에선 재래시장을 방불케 할 만큼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일부 상가가 시끌벅적하게 호객을 일삼고 있는데다, 시끄러운 댄스 음악 등을 틀어놨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당에서 흘러나오는 각종 음식 냄새와, 상가 한켠에 있는 향수·방향제 판매점에서 흘러나온 냄새 등이 뒤엉켜 이용객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

 

특히 예전엔 너무 넓어 쾌적한 광장을 연상케 하던 대합실 등엔 상가 건물이 들어찬데다, 노점상까지 자리를 잡고 양말 등을 판매하고 있어 답답한 느낌이다.

 

상인 A씨는 “일부 상가에서 지치지도 않는지 온종일 ‘세일이네’, ‘점포정리네!’하면서 큰소리를 내는 통에 두통이 생길 정도”라며 “말만 프리미엄 쇼핑몰이지, 이건 ‘도떼기시장’이다. 손님들에게 되레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계양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부평역처럼 시끄러운 호객행위는 없지만, 이곳도 전에 없던 상가가 대합실 중앙에 들어서 북적인다. 이 때문에 이용객들은 기존에 쉽게 통과하던 대합실을 지나려면, 상가를 피해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시민 B씨는 “상가가 생기면서 대합실 동선이 바뀌었다. 돈벌이에 이용객 편의가 없어진 듯해 씁쓸하다”면서 “화재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대피하다 대혼란이 생길 듯하다”고 말했다.

 

20일 인천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호선 부평·작전·계산·계양역 등 4개 역사의 상가를 월평균 2억 원을 받고 민간 투자자 C사에 15년간 운영권을 넘겼다. 당초 C사는 프리미엄 쇼핑몰 ‘더몰’을 추진키로 했고, 현재 4개 역사에 식음료와 의류 중심으로 61개 점포를 만들어 임대·영업 중이다.

 

그러나 상가들의 호객 행위 등 무차별적 영업 행위와, 이용객 동선까지 바꿔버린 상가 위치에 이용객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상가 때문에 동선이 예전과 비교하면 흐트러졌고, 호객행위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민원이 있을 때마다 현장에 직접 나가 지도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신경 써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이인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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