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강습 도중 익사 잇따르는데 강사 1명이 수강생 30여명 지도
1명뿐인 감시탑 안전요원도 ‘딴짓’ 허우적거리는 아이들 위험 노출
최근 수영장에서 어린이 익사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구멍 뚫린 수영장 안전관리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21일 오후 4시께 수원 A 수영장에서는 초등학생들의 수영 강습이 한창이었다. 이때 한 어린이가 장난을 치다 코스로프(레인 표시줄)에 발이 걸렸고, ‘악’하고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1.2m깊이의 물속으로 빠졌다. 다행히 안전바를 잡고 재빨리 빠져나왔지만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수영장 감시탑의 안전요원은 휴대전화를 보거나 돌아다니면서 수영장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아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지 못했다. 이는 수십명의 어린이들 사이 안전요원이 단 한명에 불과했던 탓이다. 체육시설설치이용에관한법에 따르면 수영 강습 시 감시탑에는 2명 이상의 수상안전요원이 배치돼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던 것.
심지어 1.8m수심 구간에서는 초등학생들이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않은 채 장난을 치고 있었다. 강사는 ‘이 아이들은 선수반이라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으나 키를 훌쩍 넘는 물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위태롭게만 보였다. 이에 부모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8세 딸을 둔 Y씨(40)는“최근 수영장에서 익사 사고가 많아 불안해서 따라왔다”며 “사고방지를 위해 안전요원을 확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안산 B수영장에서도 30여명의 7~8세의 어린이들이 수영 강습을 받았지만 강사는 한명에 불과했다. 강사가 한 무리의 어린이들을 집중 지도할 때면 나머지는 고스란히 강사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어린이들은 부력을 도와주는 킥판을 놓치거나 8세 평균 신장과 맞먹는 1.2m 깊이의 물속으로 빠져 허우적댔지만 강사는 이를 바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곳 역시 감시탑 위 안전요원은 현행법에 어긋난 한명 뿐이었다.
도내 한 수영장 관계자는 “예산 및 인력 문제로 안전관리 요원이나 강사 등을 더 배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수강생의 학부모들과 협의해 강사에게 배정되는 수강생 인원을 줄이는 방향으로 규정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범 대림대학교 스포츠지도과 교수는 “수영장 안전관리에 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일부 수영장이 안전규정과 인력기준 등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안전요원 근무 지침이나 안전시설 기준 마련을 통해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6일 인천시 서구의 한 청소년수련관 실내수영장에서 강사와 함께 수영강습을 받던 초등학교 1학년 A군(7)이 물에 빠져 숨졌으며, 앞서 13일에도 일산의 한 실내수영장에서 강습을 마친 B군(8)이 실외 자유수영장으로 이동해 놀다가 익사했다.
송승윤·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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