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민·류제국 주먹다짐… '존중을 망각한 결과'

스포츠는 승패에 앞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기본 원칙으로 삼는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 같았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가 맞붙은 지난 2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양 팀 주장 김강민(34·SK)과 류제국(33·LG)이 서로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발단은 몸에 맞는 공이었다. LG가 7대4로 앞선 5회말 투수 류제국이 던진 공이 김강민 왼쪽 옆구리에 맞았다. 김강민이 1루로 걸어나가던 중 둘 사이에 입씨름이 오갔고 끝내 주먹을 주고 받았다. 사태는 두 팀 선수들이 뛰쳐나오면서 ‘벤치 클리어링’으로 번졌다. 주심은 결국 두 선수를 동시 퇴장시켰다.

미국프로야구에서는 경기 도중 선수 간 충돌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상황이 악화되면 집단 몸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국내 프로야구는 조금 다르다. 보통 말다툼이나, 노려보기 수준에서 그친다. 같은날 NC 박석민과 한화 송은범도 그랬다. 하지만 김강민과 류제국은 격투를 벌이는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했다.

SK와 LG 관계자는 “두 선수 사이에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강민이 맞은 부위는 지난달 부상을 입어 최근 회복한 곳이었다. 김강민은 이날 앞선 3회 타석에서 류제국을 상대로 2점 홈런을 때렸다. 다음 타석에서 빠른 공에 부상 이력이 있는 부위를 얻어맞자 ‘보복구’로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류제국의 공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건 경기를 지켜본 대부분이 인지하고 있었다. 류제국은 당시 1이닝만 더 채우면 승리투수 조건을 갖추는 상황이었다. 굳이 빈볼을 던져 출루를 허락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이후 대처가 오해를 부추겼다. 류제국은 1루를 향하던 김강민과 눈을 마주쳤을 때 아무런 제스처도 취하지 않았다. 대개 이런 경우에는 투수가 미안함을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강민 입에서 “왜, 왜, 왜”라는 고성이 나온 것도 이 때부터였다.

스포츠에서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다. 이날 김강민과 류제국의 주먹다짐은 상대를 존중하지 않은 결과물이다. 더욱이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은 팀이 달라도 선후배로 얽혀 있다. 이처럼 복싱하듯 서로를 가격하는 건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다.

김강민과 류제국은 현재 여론 재판에 회부된 상태다. 사건 발생 이튿날인 22일 경기를 앞두고 김강민과 류제국은 화해의 악수를 했지만, 온라인 야구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아직도 이들을 비난하는 글이 보이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23일 상벌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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