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표 효자종목으로 198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복싱이 68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에 단 한명도 출전치 못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한국 복싱 대표팀은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2016 국제복싱협회(AIBA) 리우 올림픽 전세계 최종선발대회에서 남자부 10개 전체급에 걸쳐 단 1명도 4강에 오르지 못하고 탈락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티켓 획득에 실패했다. 앞서 한국은 지난 3월 중국 첸안에서 벌어진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선발대회에서 리우행 직행 티켓을 한 장도 얻지 못했다. 여자부 역시 지난달 2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이제 한국 복싱에 남은 마지막 희망은 56㎏급의 함상명(용인대) 뿐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AIBA 프로복싱대회(APB)에 속한 함상명은 다음달 3일부터 8일까지 베네수엘라 바르가스에서 열릴 2016 APB/WSB(월드시리즈복싱) 올림픽 선발대회에서 3위 안에 입상할 경우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으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이 대회서 함상명이 입상하지 못할 경우 한국 복싱은 1948년 첫 올림픽 참가 이후 동ㆍ서 냉전으로 불참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제외하고는 68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 명맥이 끊기는 셈이다. 그동안 한국 복싱은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포함, 20개의 메달을 안겼고,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서는 전체 12개 체급을 석권하는 등 ‘효자종목’으로 명성을 이어왔으나, 1990년대 부터 추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뒤 역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한국 복싱이 이처럼 추락한 데는 저변층이 얇아진데 따른 경기력 하락과 내분 만을 일삼으며 선수 육성 및 국제관계 개선을 등한시한 협회의 무능함이 만들어낸 결과로 지적되고 있다. 소위 ‘헝그리 스포츠’로 일컬어졌던 복싱은 협회의 무능과 지도자들의 소극적인 선수 발굴 및 육성 등으로 인해 쇠락하면서 이 같은 사태를 예고했었다.
또한 일부 심판들의 고질적인 편파판정으로 인한 선수들의 외면, 프로리그 경기 불참에 따른 신종훈(인천시청·49㎏급) 자격정지 징계에 대한 AIBA의 전횡에 가까운 처사에도 대처 못한 협회의 무능함이 한국 복싱을 올림픽 무대에서 볼 수 없는 상황으로 방치했다. 한국 복싱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집행부의 출범과 복싱인들의 뼈를 깎는 자성 등 ‘환골탈태(換骨奪胎)’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황선학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