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잊고 행복한 미래 꿈꿔요” 제8회 플라타너스 합동결혼식

여성보호대상자 부부 4쌍 새출발

“오늘, 웨딩드레스 입은 아내의 모습이 아주 예뻐 보입니다. 앞으로는 더 행복한 일들만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7일 오후 2시30분께 화성 컨벤션 더힐 예식장 신부 대기실에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순백의 신부들이 곧 있을 합동결혼식을 앞두고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식이 시작되자 4명의 신부들은 2층에서 신부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차례차례 내려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신부의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걸어 입장하는 신랑들은 역시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여느 합동결혼식과 비슷한 풍경 속 신부들은 사실, 과거에 죄를 지어 교도소에 수감되거나 보호관찰을 받던 여성들이다. 녹록치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10~30년 가까이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던 이들에게 면사포를 쓰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사연이 기구할수록 감동은 컸다. 아내가 수감된 동안 옥바라지를 한 남편들 역시 눈물을 흘리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말끔하게 턱시도를 차려입은 J씨(56)는 신부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며 “아내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나에게 시집와서 고생만 했다”면서 “아내가 없는 시간 동안 너무 힘들었지만 오늘 이렇게 결혼식을 하게 돼 그동안의 설움이 말끔하게 씻겨내려가는 것 같다”고 울먹였다.

 

편지 낭독을 하는 동안 다른 신랑 신부들은 터져 나오는 눈물을 애써 참느라 몸을 떨었다. 하객들 역시 덩달아 눈물을 흘리며 훌쩍였다. 또 다른 신부 C씨의 가족은 “10여년 넘게 결혼식을 못 올렸던 두 사람이 늦었지만 결혼식을 하게 돼 가슴이 뭉클하다”며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모습이 너무 예쁘다”고 말했다.

 

이날 ‘제8회 플라타너스 합동결혼식’은 350여명의 하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적 이유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여성보호대상자(보호관찰대상자 및 출소자) 부부 4쌍의 사회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주관했다. 공단은 지난 2009년부터 8회에 걸쳐 25쌍의 여성보호대상자 부부 합동결혼식을 지원해 왔다.

 

공단 관계자는 “공단은 여성 출소자들이 사회에 적응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결혼식과 혼수품은 물론 주거안정 등을 지원함으로써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승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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