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육문제 해결 안되면 초저출산 극복 어렵다

보육문제를 놓고 연일 시끄럽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교육청의 갈등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이번엔 ‘맞춤형 보육’을 놓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민간어린이집들은 9월부터 최대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하겠다는 폭탄 선언까지 하며 정부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어린이집 맞춤형 보육은 0~2세반 영아를 ‘종일반’(일 12시간)과 ‘맞춤반’(일 6시간)으로 이원화해 필요에 맞게 이용토록 하는 제도다. 2012년부터 시행한 0~2세 전면 무상 보육의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외벌이 가구의 어린이집 이용 시간을 하루 6시간으로 제한하면서 ‘전업주부 가정 차별’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6시간 보육’은 ‘12시간 보육’에 비해 정부 지원금이 20% 적어 어린이집도 난리다.

현재 영아는 부모의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어린이집의 12시간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다. 맞춤형 보육은 보육 수요가 더 큰 맞벌이 가구에 맞춰 이용 시간을 달리한 정책인데 외벌이 가구 쪽도, 어린이집 쪽도 불만이 크다.

어린이집들은 이 제도 탓에 수익이 줄어 운영난이 심화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 지원금이 줄어들게 돼 보육교사의 임금이 줄게 되고 보육환경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어린이집들이 맞춤형 보육의 개선이나 시행 연기, 철회 등을 촉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맞춤형 보육은 외벌이 가구의 경우 자녀가 3명 이상일 때만 종일반에 보낼 수 있도록 규정했다.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차별적 발상이다.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은 종일반 이용을 위해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처지다. 전업주부들 사이에선 ‘위장 취업’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잡음 많은 맞춤형 보육을 이대로 시행하면 안된다. 누리과정에 이어 자칫 제2의 보육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다행히 정부가 보완책을 마련할 예정이란다. 전업주부와 어린이집이 납득할만한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행정 편의가 아니라 사용자 입장에서 고민하고, 다양한 보육 욕구를 수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부터 맞춤형 보육 논란까지,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은 우왕좌왕이다. 졸속 추진은 부작용과 혼란만 불러오게 된다. 보육은 국가적으로 중대한 문제다. 보육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우리는 초저출산국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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