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때 내진설계 안된 학교로 대피하라니…

재난대피시설 절반은 학교인데 도내 3동 중 2동은 지진 무방비
안전 담보 못해… 2차피해 우려 도교육청 “내진보강 9천억 소요”

일본과 에콰도르 등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며 국내 지진 발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수해 등 자연재난 발생시 피해 주민들을 수용해야 하는 학교 건물들의 내진 보강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지역에서 정부가 지정한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중 절반 가량이 학교 시설물이지만 내진설계가 반영된 학교 건축물은 3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8일 기상청과 경기도재난안전본부,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국내 지진 발생 횟수는 지난 2000년 이전 연평균 19.2회였으나 이후에는 47.8회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2013년 93회, 2014년 49회, 지난해 44회 등 최근 지진 발생 빈도는 예년에 비해 급격히 늘어나는 추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지진이나 수해 등 자연재해로 이재민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이재민 임시 주거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재해구호법에 따라 시ㆍ도지사 및 시장·군수를 구호기관으로 정해 해당 시설의 운영기관장 또는 운영책임자와 협의해 임시주거시설을 지정토록 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경기도에는 재해 이재민을 위한 임시주거시설 2천577개가 지정됐으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천175개소가 학교시설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학교 시설 중 내진설계가 반영된 건축물은 32.2%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지난 2009년 건물 층수나 면적 규모에 따라 적용하던 기준을 확대, 초ㆍ중ㆍ고ㆍ특수학교 중 교사, 체육관, 기숙사, 급식실, 강당 모두가 내진설계 대상이다. 

이 기준에 따라 도내에서는 4천920동의 학교 건축물이 내진설계가 적용돼야 한다. 하지만 1천585동만 내진설계가 반영됐고 나머지 3천335동의 건물은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못했다. 학교 건물 3동 중 2동은 지진에 무방비인 셈이다.

 

실제로 교실과 체육관 등이 이재민임시시설로 지정된 수원 S고등학교는 대피시설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계단이나 외벽 등에서 균열이 발견됐다. 이 학교는 1970년대에 지어져 교사는 40년이 훌쩍 지났고, 교실보다 10여년 늦게 지어진 체육관 역시 내·외부가 깨지고 패여있는 등 한 눈에 보기에도 낙후돼 있었다. 게다가 내진설계도 반영되지 않아 재난임시대피시설로는 부적합해보였다.

 

화성의 S초등학교는 2005년도에 지어진 체육관이 재난임시대피시설로 지정됐지만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데다, 주변에 밀집한 낙후된 건물로 지진 등 재난 발생시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체육관 바로 옆 교실 건물은 곧 개교 100주년을 맞을만큼 오래됐고, 정문 바로 앞에는 다세대 주택 등 오래된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 위태로워 보였다.

 

이처럼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학교 건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지만 지자체들이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을 지정할 때 내진설계 반영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도교육청은 내진설계가 필요한 학교 건물 전체를 보강하려면 9천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어려운 재정여건 속에서도 내진보강사업에 137억원을 확보했으며, 학교건물의 내진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관ㆍ이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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