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스포츠의 요람인 태릉선수촌에 지난 27일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서강대 경제대학원 의회특별과정 원우회 대표단 15명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맹훈련 중인 태극전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다. ‘그게 뭐 이색적인 모습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그동안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 대회를 앞두고 태릉선수촌을 방문한 인사들은 일반인이 아닌, 정치인과 각료, 지방자치단체장, 대기업 총수, 중앙경기단체장 등 특별한 관계자들만이 찾아왔다.
▶중견 기업인들이 대거 포함된 일반인들이 태릉선수촌을 찾은 경우는 전에 없었다고 한다. 이들이 선수촌을 찾은 것은 대학원에서 함께 수학한 신정희 대한체육회 부회장의 제안에 따른 것이란다. 태릉선수촌을 방문한 원우회원들은 무더위에 아랑곳 없이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직접 보고 난 뒤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며 국민과 기업인들을 향해 리우 올림픽에서 나서는 태극 전사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올림픽이 한 달여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태릉선수촌에는 최근 어려운 국내ㆍ외 경제상황 탓인지 4년 전 런던 올림픽과 비교할 때 격려의 손길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소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인들의 관심과 격려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전망이다. 일반인 태릉선수촌 방문을 착안한 신정희 부회장은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무엇을 해줘야 하나 고민했다.
국민의 격려와 사기를 먹고사는 선수들에게 보다 많은 격려와 관심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선수촌장님께 부탁을 드렸는데 흔쾌히 응해주셨다”고 사의를 표했다. 지난 3월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대한체육회 부회장에 선임된 신 부회장의 남다른 열정과 섬세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여성 체육인으로 꼽히는 신정희 부회장을 필자는 30여 년간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다. 한 마디로 ‘열정이 남다른 체육인’이다. 여자 하키선수 출신으로 전문대 졸업 후 남대문 새벽시장 점원을 거쳐 만학(晩學)을 한 그녀는 이후 여성스포츠학회 초대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하키대표팀 첫 여자 코치, 여자 국제심판 1호, 전국 첫 통합 고양시 체육ㆍ생활체육회 사무국장 등 항상 ‘1호’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면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진갑(進甲)의 나이에도 소녀 같은 꿈과 열정으로 대한민국 체육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그녀의 열정이 일반인들에겐 범접할 수 없는 ‘신비의 성’처럼 여겨졌던 태릉선수촌을 개방시키며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새로운 힘과 사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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