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도 버스준공영제, 실효성 없는 졸속이다

경기도가 출퇴근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2018년까지 버스 입석률 0%를 목표로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고 2층 버스를 500대로 늘린다. 남경필 지사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7월부터 경기도형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해 2018년 안에 광역버스로 출·퇴근하는 도민들이 모두 앉아서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출퇴근시간대 광역버스 입석률은 10%로 8천명이 불편을 겪고 있다. 2014년 7월 정부의 광역버스 입석금지 조치 이후 300여 대의 버스를 증차했지만, 여전히 상당수 도민이 서서 출퇴근하고 있다. 이에 도는 버스 노선 조정과 신설, 증차 등의 종합적ㆍ체계적 관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버스 준공영제는 남 지사의 공약으로 버스업체의 적정수입을 도가 보장해주는 대신 노선 변경이나 버스 증차 등의 관리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도에는 154개 노선에 2천83대의 광역버스가 운행 중인데 앞으로 전체 광역버스의 20%를 2층 버스로 확대하고, 좌석예약 서비스도 실시한다. 또 정류장을 최소화하는 광역버스 노선 30개를 신설하고, 광역버스 운전자에 대한 1일 2교대제도 실시 예정이다.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엔 연 9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도는 시·군과 사업비를 절반씩 부담한다는 계획이다. 900억원은 대부분 운전기사 1천200명을 추가 확보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하지만 버스 준공영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관련기관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준공영제가 실현 가능할 지 의문이다. 우선 연간 900억원의 예산을 시ㆍ군과 절반씩 부담할 계획이라는데 시ㆍ군은 알지도 못하는 내용이다. 도의회 건설교통위 더민주ㆍ국민의당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시ㆍ군과 협의없이 졸속 처리된데다 사업비 900억원에 대한 세부적 산출 근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와의 관계도 걱정이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도민들이 겪는 교통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서울시가 경기도-서울 간 버스 노선의 신설을 막고 경기도 버스의 진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으로 이런 갈등을 풀지 못하면 버스 준공영제는 도입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도심 혼잡과 대기 오염 등을 이유로 도의 광역버스 노선 신설 요청에 늘 부정적 입장이다. 최근엔 경기도발 경유버스 진입을 차단하겠다는 방침까지 내놓았다.

경기도는 서울시, 도내 시ㆍ군과 충분한 협의를 한 후 준공영제 도입을 발표하는 게 순서다. 이번 발표는 절차도, 협의도 무시한 채 성급했다. 2층 버스를 늘리고 버스기사만 확충한다고 준공영제를 할 수 있는건 아니다. 의욕만 앞세운 실효성 떨어지는 생색내기식 정책 발표는 경기도와 남지사에 대한 신뢰감만 떨어뜨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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