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우완투수 문승원(27)은 올 시즌 초반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하는 듯 했다. 지난 4월22일 1군에 처음으로 합류한 그는 리그 최강이라는 NC와 두산 타선을 차례로 잠재우며 화제를 모았다. 직구 평균구속은 143㎞로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직구처럼 날아오다 타자 앞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스플리터가 일품이었다. 김용희 SK 감독은 그런 문승원을 제5 선발로 낙점했다.
하지만 문승원은 5월 중순께부터 볼 끝이 무뎌졌다. 5월21일 KIA전에서 타선의 도움으로 승리를 챙겼지만, 5.1이닝, 7피안타, 5실점으로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 다음 등판인 5월 28일 삼성전에서도 3.2이닝, 7피안타, 7실점으로 부진했다. 결국, 2군행을 통보받은 문승원은 복귀 후 선발 2경기에서 모두 3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강판당했다.
문승원에게 29일 수원 kt전은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5선발 경쟁자인 윤희상이 최근 3경기 연속 승리투를 기록하는 등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데다 크리스 세든의 대체 용병으로 브라울리오 라라가 이번 주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게 됐다. 만약 이날까지 부진 한다면 강화행 버스는 예약된 절차였다.
벼랑 끝에 몰린 문승원은 1회부터 시속 147㎞ 강속구를 뿜어내며 ‘무력시위’를 펼쳤다. 5회 kt 박기혁에게 희생플라이를 허락하면서 1실점을 내줬지만, 주무기인 스플리터가 춤을 추며 kt 타선을 으박질렀다. 5이닝, 4피안타, 무볼넷, 4탈삼진, 1실점. 문승원은 이렇게 시즌 3승(2패)째를 챙기며 기사회생했다. 문승원은 “선발 기회를 잡고 싶다는 욕심 탓에 그동안 결과가 안 좋았는데, 마음을 비우니 경기가 잘 풀렸다”며 “팀의 연승에 기여하면서 최근 안 좋은 페이스를 끊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문승원은 이날 호투와 관련 “제춘모 코치님께서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자신만의 공을 던지라는 조언이 큰 힘이 됐다. 늘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했다. 지난해 군 제대 후 사제의 연을 맺은 문승원과 제 코치는 사이가 각별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5월4일 한화전에서 문승원이 프로 데뷔 후 첫 선발승을 거뒀을 때도 함께 기쁨의 눈물을 쏟곤 했다.
경기를 운영하는 시야를 넓히고 싶다는 문승원은 “솔직히 (윤)희상이 형과 경쟁할 수준이 아니라는 걸 안다”며 “선발을 맡은 지 얼마 안 된 만큼 배운다는 자세로 남은 시즌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조성필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