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간자율학습 폐지로 사교육 확대되면 안된다

0교시를 폐지하고 등교시간을 9시로 늦춘 경기교육청이 이번엔 야간자율학습 폐지 방침을 밝혔다. 학생들이 방과 후까지 학교에 갇혀 획일적인 대학입시를 공부할 것이 아니라 진로 탐색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을 배울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29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17년부터 경기도 모든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이 교육감은 “입시ㆍ성적ㆍ성과위주의 경쟁적 교육이 ‘야자’라는 이름의 비인간적, 비교육적 제도를 만들었다”며 “더 이상 학생들을 ‘야자’라는 비교육적 틀 속에 가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연대해 야자 폐지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야간자율학습 폐지는 ‘9시 등교’에 이은 이재정 교육감의 혁신 2탄이다. 인근 대학과 연계해 진로 탐색과 기초학문 등 다양한 교육 강좌를 개설해 학원에선 배울 수 없는 수업인 ‘예비대학 교육과정(가칭)’이란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며 대안도 제시했다.

현재 도내 학교의 야간자율학습은 학부모와 학생의 요구가 있을 시 학교장이 판단해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도교육청이 파악한 도내 고교 야간자율학습 참여율은 20% 정도다. 일각에선 학생들의 의지와 상관없는 ‘반강제적 야자’가 학생인권조례 위반이란 지적을 하고 있다. 이 교육감이 ‘야자 폐지’를 선언한 배경에는 ‘학생인권 보장’이란 의도도 깔려있다. ‘획일적인 대학입시 교육’에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르는 교육’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가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공부하도록 하는 건 맞다. 야자가 비교육적ㆍ비인간적이라는데도 공감한다. 하지만 현 대입체제에서 오히려 사교육만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틀리지 않는 얘기다. 경기교육청은 2011년에도 야자 폐지를 추진했지만 사교육비만 올려놨다는 비판 속에 흐지부지됐다.

수능점수와 내신성적을 잘 받아야 좋은 대학에 갈 확률이 높은 현 대입체제가 변하지 않는 한, 대입을 앞둔 고교생과 학부모가 성적관리 이외의 학업에 관심을 둘 여력은 별로 없다. 우려대로 야자가 폐지되면 학원이나 독서실로 가야 할 수도 있다. 지금도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데 학원이나 독서실 비용 증가도 우려된다.

도교육청은 야자 폐지가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도내 학생만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전국적인 확산에도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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