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맥락에서 2017년이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30년이 된다. 그런데 요즘 문득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뻐해야 할 우리의 30년 민주주의 역사가 흔적기관(vestigial organ)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흔적기관이란 동물의 기관이 기능을 지니기까지 발달하지 못했거나 그 기능을 상실, 존재 의미가 없을 정도로 퇴화하여 흔적만 남아 있는 기관을 말하는데 미래 우리의 민주주의가 흔적만 남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머릿속을 맴돈다.
민주주의는 기원전 483년 아테네 남동쪽에 위치한 라브리온에서 발견된 은광의 수익 배분 문제를 놓고 시작됐다. 당시 아테네는 페르시아와 대치하는 상황에서 광산 수익을 놓고 시민들에게 고루 분배하자는 측과 함선을 건조하자는 측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아테네는 페르시아의 공격을 막기 위해 200여 척 함선을 건조하기로 했고, 2년 뒤 페르시아 군대가 쳐들어왔을 때 승리를 할 수 있었다.
민주주의는 도시국가(지방정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태생적으로 중앙집권보다는 지방분권에 더 잘 어울리는 정치 형태다. 그러나 우리의 체계는 ‘지방분권’이라는 말을 쓰면서도 중앙과 대도시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구가 작거나 줄어들고 있는 지방정부는 늘 통합의 대상으로 거론되며 대도시가 되어야만 가질 수 있는 권한도 많다.
그뿐만이 아니다.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중앙정부는 주민자치센터를 행정복지센터로 바꿔가고 있다. 행정과 복지만 남고 주민자치가 사라질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기를 희망하며, 지방정부 20년의 역사와 함께 만들어 낸 주민자치의 기반이 중앙정부에 의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3선 7년의 시흥시장직을 수행하면서 지방정부의 현실을 뼈저리게 절감했다. 얼마 전 성남시장의 단식도 힘없는 지방정부의 수장이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마지막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 시흥시를 포함한 31개 경기도 시ㆍ군의 목소리가 중앙정부와 국회 등에 전달될 수 있도록 발로 뛰어야만 한다.
1일 민선6기 후반기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가 출범한다. 협의회장으로서 후반기 협의회는 경기도 지방정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실질적인 자치와 분권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끌고 나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치와 분권에 대한 보다 높은 이해가 필요하다. 2016년은 자치분권의 필요성을 경기도민께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동안 경험을 통해 얻은 자치와 분권에 대한 생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본다. “분권 없는 자치는 공허하고 자치 없는 분권은 맹목이다.” 자치와 분권이 하나로 이해될 때 진정한 지방정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민주주의 30년, 2017년은 지방분권의 해가 될 수 있도록 앞장서 나가겠다.
김윤식 시흥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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