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11시께 수원 청명역 화장실에는 칸마다 ‘사용한 휴지는 변기에 버리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안내가 무색하게 변기 옆에 놓인 휴지통에는 각종 오물이 묻은 휴지들로 가득 차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화장실을 청소하던 미화원 A씨는 “휴지는 변기에, 그 외 쓰레기는 휴지통에 버리도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안내를 무시해 난감하다”고 답답해했다.
이날 오후 1시께 성남 중앙시장 공중화장실에도 같은 안내문이 부착돼 있는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일부 칸에서는 휴지통도 아닌 바닥에 널브러진 휴지까지 발견되기도 했다.
사용한 휴지는 변기에 흘려보내는 것이 화장실을 쾌적하게 사용하는 올바른 문화다. 오물이 묻은 휴지가 화장실에 남으면 악취를 유발하고 세균이 번식해 위생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휴지가 변기를 막히게 하는 주범이라는 편견으로 인해 도내 곳곳의 화장실 휴지통은 쓰고 버린 휴지로 넘쳐 난다.
이는 과거에 사용하던 휴지가 재질이 좋지 않았고, 비싼 휴지 대신 종이나 신문지 등을 사용해 이를 변기에 버리면 안된다는 인식이 지금까지 이어진 탓이다. 또 수세식 대신 재래식 변기가 대부분이었던 시절 오물 수거업체가 처리상의 어려움으로 휴지를 따로 버리도록 하면서 한국인들의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화장실에 휴지통을 두지 않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여전히 휴지통이 화장실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화장실 휴지통 사랑(?)은 외국에서도 ‘핫 이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본의 공항과 유명 관광지내 화장실에는 한국어로 ‘한국인들은 휴지를 반드시 변기에 버려주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등 한국인의 화장실 문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휴지통이 오히려 비위생적인 화장실을 만든다는 지적에 정부도 ‘휴지통 없애기’ 운동에 나서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각 시·군에 7월1일부터 휴지통을 없애도록 권고했으며, 한국도로공사도 앞서 지난 4월 전국 180여개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휴지통을 없앤 바 있다.
이은주 한국화장실협회 사무처장은 “시중에 판매되는 휴지는 국가기술표준원이 정한 물 풀림성 기준을 통과한 제품으로 수압이 낮은 화장실에서도 충분히 풀어낼 수 있다”면서 “선진 화장실 문화 정착을 위해 활발한 홍보와 함께 화장실을 사용하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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