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이오텍 공동대표, 바이오 랩 주식회사 기술ㆍ영업고문, 한국양돈컨설팅 대표, 수의사, 가축사양사, HACCP전문가…. 백발이 성한 동네 할아버지처럼 푸근한 인상의 백우현 선감산업개발 공동대표(76)가 건넨 명함은 한 장이 아니었다. 칠십 평생 ‘발명 외길’을 우직하게 걸어오면서 따라온 일종의 훈장 같은 것일 게다. 지난 30일 기자를 만난 날에도 그동안의 발명 실적을 일일이 소개하며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자리에 눕는 순간까지 내 머릿속은 발명으로 가득하다”며 여전히 발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나타냈다. 그에게 나이는 말 그대로 숫자에 불과했다.
백 대표는 이미 알려진 대로 국내 최초로 무항생제 계란 생산법을 개발한 국내 축산업계의 ‘대부’다. 안정적인 직업이었던 공무원 생활을 접고 덴마크로 유학을 떠났던 백 대표는 귀국 후 수의사로 활동하면서 축산업계 발전을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완전식품인 계란을 연구하던 중 양계농장에서 닭에 주입하는 항생제가 계란의 완전성을 떨어뜨린다고 판단, 무항생제 계란을 개발하고 농업회사법인 ㈜조인과 연계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백 대표는 “국내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계란은 3천만개”라며 “이 계란들을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생산할 수 있을까 고민해 나온 결과물이 무항생제 계란”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무항생제 계란은 대형마트 등을 통해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최근 백 대표는 이 계란을 생산하는 닭에 관심을 쏟고 있다. 몇 년 사이 세계를 강타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올해 3월 경기도까지 덮치자 이를 예방할 방안을 연구하던 그가 발견한 것이 규석이다. 백 대표는 “규석은 가금류의 림프구 및 식세포 수를 증가시켜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효능이 있다”며 “AI는 물론 여러 질병으로부터 가금류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를 활용해 개발한 게 사료첨가제 ‘프로 그리트’다. 치아가 없는 가금류를 위한 모래주머니 임플란트 제품인 프로 그리트를 사료에 첨가할 경우 일반 사료보다 AI 바이러스 사멸 효과가 1만 배 이상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까지 받아냈다. 백 대표는 프로 그리트 역시 이른 시일 내에 양계 농가 등에 보급, 상용화할 계획이다.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소재한 백 대표의 사무실 한편에는 여러 개발품과 관련한 특허증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백 대표는 “영리적인 목적으로만 제품 개발에 매달렸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며 “수의사로서 여러 가축에 대한 애정을 갖고 어떡하면 더 좋은 환경에서 이들을 키울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해왔다”고 강조했다. “남들이 보기엔 평범한 노인으로 보이겠지만, 내 머리가 허락하는 한 발명은 멈추지 않겠다. 이런 노력이 축산업계, 나아가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백 대표의 마지막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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