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안전띠 의무화요?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2일 오전 11시께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동수원IC 톨게이트 부근은 주말을 맞아 나들이 차량으로 북적였다. 톨게이트 직원들 역시 쉴 틈 없이 몰려드는 차량의 이용료를 정산하느냐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차량 중 뒷좌석의 안전띠를 맨 차량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6월1일부터 시행 중인 ‘고속도로 전 좌석 안전띠 매기’가 시행 1개월 만에 흐지부지된 것. 차량 운전자는 물론, 직원 누구 하나 이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톨게이트 주변에도 안전띠 착용과 관련된 안내문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운전자 Y씨(26·여)는 “수시로 이곳을 지나다니는데 (안전띠 착용과 관련된) 단속은 커녕 이에 대한 홍보행위를 전혀 못 봤다”고 말했다.
심지어 도로공사 소속 차량에 탄 조수석 직원의 경우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웃지 못할 장면까지 연출됐다. 또 대다수 차량이 선팅을 짙게 해둔 탓에 차량 내부의 안전띠 착용 단속은 말처럼 쉽지 않은 상태였고 시속 40~60㎞로 지나가는 하이패스 이용차량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하이패스 통과 차량은 단속하는 사람도, 운전자도 모두 위험해 단속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차량 중 대형 버스 및 트럭은 차량 운전석이 1m 이상 높은 곳에 있어 밖에서 제대로 안전띠를 착용했는지 판단하기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도로공사와 경찰 등이 대대적으로 홍보한 ‘고속도로 전 좌석 안전띠 매기’가 시작 한 달 만에 반쪽 자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직원 A씨는 “단속을 위해 차량 내부를 들여다보기란 어려워 단속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은 의왕시 고천동 의왕 IC와 성남시 삼평동 판교 IC 등도 마찬가지였으며 한국도로공사 역시 시행 첫날 반짝 홍보에만 나선 데 급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속 적발’과 관련된 통계는 아예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광범위한 사업에 이를 관리하기란 한계가 있다”며 “구체적인 단속은 경찰이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경찰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었다.
상황이 이러자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령 교통안전공단 교수는 “단속을 아예 할 수 없는 구조인 탓에 제도 실시 이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차라리 과태료 수준을 올려 경각심을 주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조철오·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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