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특권 내려놓기는 친인척 비서 채용 논란이 발단이다. 서영교 의원의 딸 채용 문제가 불거졌을 때만 해도 정치권은 의원 개인의 비위로 간주했다. 그러나 ‘더 있을 것’이라는 정가의 입소문이 나돌았다. 이후 30여 명의 비서진들이 국회에서 짐을 쌌다. 갑작스런 무더기 사퇴의 이유는 말할 것 없이 친인척 채용이다. 이에 국민의 원성이 높아지면서 친인척 채용 비위가 특권 내려놓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범위와 정도다. 요란한 약속만 내놓고 실상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있으나 마나 한 특권, 사문화된 특권, 큰 이해관계가 없는 특권만을 내려놓는 ‘사술(詐術)’이 동원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내려놓을 특권을 구체적으로 지정하고 그 타당성을 검토하는 선별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 상징적인 출발로 김영란 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회의원 예외 규정 폐지’를 요구하고자 한다.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에서 국회의원은 예외다.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ㆍ민원을 전달하는 것’이라 해서다. 공직자도 아닌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까지도 포함시킨 법이다. 그러면서도 국회의원의 금품 수수만은 예외로 뒀다. 애초에는 없었던 예외 규정이다. 국회의원들이 손질하면서 자신들을 단속 대상에서 제외하는 예외 규정을 끼워 넣은 것이다. 누가 봐도 말이 되지 않는 입법(立法) 횡포다.
때마침 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공무원이 아닌 자에 대한 지나친 확대 적용과 농축산 농가 생계를 위협하는 품목 규정 등을 바꾸기 위해서다. 국회의원 예외 규정을 없앨 수 있는 자연스런 기회다. 이미 국회의원들 사이에도 같은 주장이 나온다.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이 준비 중인 김영란 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국회의원에게 특권을 주는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법률을 공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 의원은 주장한다.
200개의 특권 내려놓기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해야 할 일은 201번째 특권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뜻있는 국회의원들의 공동 발의 또는 입법 참여를 기대한다. 그 뜻있는 역할을 지역 내 국회의원들이 한다면 더욱 값질 것이다. 특히 이번에 친인척 비서 채용으로 유권자를 실망시킨 몇 명의 도내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 이 또한 참여와 반성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 명단은 유권자들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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