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들, 첫 홈런의 설레임을 말하다

▲ 이해창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프로야구에서 이 꽃은 한 시즌에도 수도 없이 핀다. 올 시즌에도 700번이 넘게 폈다. 이 화려한 꽃 잔치에 뒤늦은 초대를 받은 이들이 있다. 웃고, 울기도 했다. 첫 개화의 설레임이다.

 

프로야구 kt wiz 포수 이해창(29). 그는 지난달 29일 열린 SK와 홈 경기에서 프로무대 7년 만에 첫 홈런을 때렸다. 3대7로 패색이 짙던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SK 채병용이 던진 148㎞ 직구를 두들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팀이 4대7로 패하면서 빛이 바랬지만, 이해창에겐 잊지 못할 순간이 됐다.

 

“솔직히 방망이 중심에 잘 맞은 건 아니었어요. 날아가는 타구와 그걸 쫓는 외야수를 번갈아 쳐다보며 1루를 향해 전력 질주했는데, 외야수가 등을 돌려 담장을 바라보는 순간 ‘넘어갔구나’라고 느꼈어요. 남들에겐 기껏해야 2,3초에 불과한 짧은 순간이었지만, 내게는 엄청 긴 시간이었어요.”

 

이해창은 “팀이 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막상 홈런을 때리니 좋긴 좋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항상 ‘홈런을 때린 뒤 표정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곤 했는데, 상기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kt 외야수 전민수(27)는 “첫 홈런이 어색했다”고 했다. 5월31일 사직 롯데전에서 4회초 데뷔 9년 만에 첫 홈런을 때린 전민수는 “안타를 쳤을 때와 달리 천천히 홈으로 들어오는 게 너무 어색했다”며 “그래도 기뻤다”고 말했다. 팀이 지고 있는 상황이라 웃음을 참던 전민수는 경기 후 kt 홍보팀이 전해준 홈런공을 받아든 뒤 비로소 활짝 웃었다.

 

SK 외야수 김재현(29)은 지인들의 연락이 반가웠다고 했다. 데뷔 11년 차인 그는 지난 5월22일 KIA전에서 늦은 홈런 신고식을 치렀다. 5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서 몸쪽 직구를 걷어올려 우측 담장을 넘겼다. 팀은 4대7로 졌지만, 경기 후 축하인사가 끊이질 않았다. 평소 연락이 뜸하던 친구가 전화를 걸어 ‘너 잘 되길 기다렸다’고 하는데 그 음성이 아직도 잊혀 지질 않는다고 했다.

 

SK 포수 김민식(27)에게 첫 홈런의 설레임은 ‘사랑’이었다. 지난달 11일 NC전에서 첫 홈런을 쏘아 올린 뒤 팀이 6대7로 져 기쁜 내색도 못한 그는 집에 돌아와 눈물을 흘렸다. 임신한 아내가 입덧이 심해 혼자 밥을 차려 먹던 그였다. 그런데 이날은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김민식은 “아내가 구토를 참으며 식사를 준비했다고 하더라”며 “울컥 솟는 눈물을 수차례 참으며 밥을 먹었다”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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