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버림받은 유기견들 꼭 죽음으로 내몰아야 하나요”

시흥시, 하천부지 불법건축물 이유로 ‘과림동 보호소’ 內 400마리 압류 통보
새주인 못찾으면 절반이 안락사 위기

“유기견들과 10년을 동고동락했는데 어떻게 떠나 보내나요.”

 

10일 오전 11시께 시흥시 과림동의 시흥엔젤홈 유기견보호소. 소형 애완견부터 대형 셰퍼드까지 수십여종에 달하는 100여마리의 유기견들이 안뜰 철장에 있는 것을 비롯, 총 250여마리의 유기견들이 보호소 직원들의 보살핌 속에 지내고 있었다.

이곳 보호소에 속해있지만 자원봉사자들이 임시로 다른 곳에서 보살피고 있는 유기견들도 150여마리에 달한다.

 

하지만 이곳에 소속된 유기견은 전부 조만간 이곳을 떠나야 하고, 이들 중 절반이 안락사 위기에 처해져 있다.

 

보호소가 하천부지에 무단으로 세워진 불법건축물이란 이유로 시흥시가 오는 18일부터 철거하기로 예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는 보호소가 보호 중인 400여마리를 함께 압류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시가 압류한 400여 마리의 유기견은 안산 유기동물보호소로 보내질 예정인데, 현재 안산보호소에는 대략 200마리만 수용이 가능해 나머지 유기견들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옮겨질 유기견들은 10일간의 공고를 거쳐 30일간의 입양기간 내에 이들을 키우길 바라는 주인이 나타나야 하는데, 없으면 곧바로 안락사 대상이 된다.

 

보호소 측은 시의 유기견 압류를 어떻게든 막겠다는 입장이다. 원종태 소장은 “정해진 절차에 따른다는 것은 상당수 아이들(유기견)을 다 죽이겠다는 것 아니냐”며 “불법시설물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을 찾더라도 개선하면 된다.

가족과 다름없는 반려견을 죽음에 몰아 넣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기견보호소 관계자들은 우선 시가 집행하기로 한 철거시기를 늦추고자 집행정지 신청 등 행정소송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3년째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펴온 봉사자 K씨(51·여)는 “봉사자들끼리 유기견을 돌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시가 소중한 생명 하나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먼저 마련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물단체들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임영기 동물보호단체 케어 사무국장은 “시흥시의 대책은 생명을 경시하는 처사”라며 “안락사가 정답이 아니다. 유기견들에 대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흥시 관계자는 “철거에 있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예정된 철거를 집행할 것이고, 이동하는 유기견에도 절차에 맞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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