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코쿠 가가와현의 나오시마는 ‘예술의 섬’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외면받았던 낙후된 섬이었으나 예술인들의 손길이 닿으면서 대변신을 했다. 빛바랜 집들은 현대작품으로 재탄생했고(이에 프로젝트), 바다를 캔버스 삼아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숨결이 깃든 베네세하우스, 지중미술관, 이우환미술관이 들어섰다.
하나같이 건축미가 독특한 미술관들로 그 안의 작품들 또한 충격이고 감동이다. 쿠사마 야요이의 ‘붉은 호박’ ‘노란 호박’은 나오시마의 상징물과도 같다. 섬의 재생에는 기업과 주민, 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했다.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한 이 외딴 섬마을엔 한해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지난해 나오시마를 두 차례 방문했다. 3월에 어느 모임의 2박 3일 패키지여행을 통해 잠시 들렀고, 나오시마를 만끽하지 못한 게 아쉬워 10월에 지인 몇명과 며칠간 자유여행을 했다. 민박집에 숙소를 정하고 느리게 여기저기 둘러봤다. 가히 예술의 섬이라 할만했고, 힐링의 시간이었다. 우리도 이런 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경기도가 나오시마를 벤치마킹해 경기만(灣) 일원에 ‘에코뮤지엄’을 추진한다. 에코뮤지엄은 생태·주거 환경을 의미하는 ‘에코(Eco)’와 박물관의 ‘뮤지엄(Museum)’을 결합한 말로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도 불린다. 국내 대표적인 에코뮤지엄으로는 전통 가옥과 생활양식을 보존하거나, 생태자원을 활용하는 안동 하회마을과 순천만 등이 있다.
경기만 에코뮤지엄은 서해와 맞붙어 있는 화성·안산·시흥시 해안 일대에 산재한 역사, 생태, 문화 자원을 보존·재생하고 예술적으로 승화해 주민 삶의 터전 자체를 자연친화형 체험관광지로 조성하는 것이다. 경기도와 3개 지자체는 지난 7일 ‘경기만 에코뮤지엄’ 조성 사업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경기도와 화성·안산·시흥시는 우선 올해 16억5천만원을 들여 역사와 생태, 문화 자원 조사를 통해 경기만 에코뮤지엄 통합 브랜드를 개발하고, 가볼만한 곳 100선을 선정해 사이버 인문지리지를 만들 예정이다. 순례길 조성을 통해 ‘에코 투어’도 추진한다.
경기만 에코뮤지엄은 테마파크나 리조트 등 일반적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적은 비용을 투자하면서 환경·주민공동체도 보존하는 방식으로 관광자원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한다. 경기만의 창조적 재해석을 기대해본다.
이연섭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