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항공 정책, ‘조용하게 살 권리’

박근혜 대통령이 현 대구공항의 이전을 지시했다.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을 통합 이전하는 방식이다. 이전과 설립에 따르는 예산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대구시민의 소음 피해 해소다. 대구 공항은 대구 시내에 위치해 있다. 그만큼 시민들의 소음 피해가 컸다. 박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수십년 묵은 대구시민들의 숙원을 풀게 했다. 옳은 결정이라고 본다. 경제적인 판단이라고 본다.

공항은 한 번 들어서면 수십 년을 간다. 그만큼 미래를 예측하는 판단이 중요하다. 지금 국내 항공노선은 날로 줄어들고 있다. 2014년 항공 교통량을 보면 전년도 대비 국제선은 늘었고 국내선은 줄었다. 이런 통계엔 확실한 이유가 있다. KTX로 대변되는 육상 철도 교통의 개선이다. 3시간 전후로 전국을 관통하는 철도 교통이 자리하면서 국내선 항공 이용자가 꾸준히 줄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런데 상황은 정반대로 가고 있었다. 지역마다 국내선 신공항을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승객은 주는데 공항만 늘리자고 고집한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가 있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무턱대고 신공항 유치를 공약하면서 상황이 분별없이 흘러갔다. 밀양과 가덕도가 혈투를 벌였던 신공항 유치전이 대표적이다. 늦었지만, 정부가 신공항 건설을 포기하고 김해공항 확장을 택한 것도 대단히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본다.

항공정책은 바뀌어야 한다. 확장형 항공 정책에서 관리형 항공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 관리형 항공정책의 핵심에 국민의 ‘조용하게 살 권리’, 즉 소음피해 구제가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하늘은 비행기 교통체증이다. 하루에도 1천500대가량의 비행기가 날아다닌다. 그 비행기가 지나가는 지역마다 소음 피해가 반복된다. 이제 이런 만성적 소음 피해를 저감할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 필요한 항공정책이다.

고민과 결정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이를테면 저공비행으로 인한 소음 피해를 근절시켜야 한다. 유류비를 아끼려고 저공비행을 일삼는 항공사들의 관행이 소음피해 지역을 더욱 넓히고 있다. 중복 노선 운행으로 인한 소음 피해를 줄여야 한다. 포괄적인 노선 정비로 최적의 노선 정비를 만들어야 한다. 비행기 길을 다양하게 분산시켜야 한다. 지나치게 편중된 비행기길이 해당 지역 주민에게 과도한 피해를 집중시키고 있다.

비행기 소음으로부터 ‘조용하게 살 권리’. 이 권리로 접근하면 수원비행장 이전도 자연스레 풀려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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