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히거나 추락하거나 ‘공포의 승강기’

수원 한 아파트 걸핏하면 고장 주민들 “타기 겁난다” 교체 요구
관리사무소는 “예산없어 어렵다”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노후화된 승강기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주민들은 잦은 고장에 승강기 교체를 요구하는 반면, 관리사무소 측은 아직 정상 운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갈등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12일 수원시와 D아파트 등에 따르면 지난 1994년 4월 지어진 수원시 권선구 D아파트(10개동·741세대)에는 총 31대의 승강기가 현재 운행 중에 있다. 이들 승강기는 설치된 지 20년이 넘어 지난 5월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으로부터 안전 점검을 받았다. 이 가운데 승강기 1대는 ‘정상적인 운행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아 교체됐다.

 

그러나 점검을 받은 지 불과 2개월 만에 교체되지 않은 승강기 중 1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일 오후 2시40분께 10층에 거주하는 주민 K씨(82·여)는 승강기를 탔다가 갑자기 굉음이 나면서 8층까지 떨어지는 사고를 경험했다. 

K씨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가슴을 졸였고, 비상벨을 눌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어 휴대전화로 구조 요청을 한 뒤 20분 만에 구조됐다”며 “수리가 제대로 된 줄 알았는데, 이제는 승강기 타기가 겁난다”고 불안해했다.

 

이에 앞서 노후화된 승강기로 인해 아파트 단지 내에서 주민들이 갇힌 사고도 6차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자 주민들이 승강기 교체를 요구하고 있지만 해당 아파트 측은 예산 등의 문제로 교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입주자대표회 관계자는 “일부 업체가 설치한 승강기가 다른 것에 비해 고장이 많이 난다”며 “8월에 예정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승강기 교체와 관련된 안건을 상정해 조속히 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덥고 습한 날씨 탓에 승강기 고장이 잦다”면서 “고장이 나면 바로 조치하고 있지만, 교체는 예산 문제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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