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JP흉상 설립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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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오줌누는 소년상’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필수코스다.

 

불과 60㎝의 이 작은 소년상은 항상 고추를 내놓고 오줌을 누고 있는데, 이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이 줄을 서고 있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사실 벨기에를 다녀왔다면서 ‘오줌누는 소년상’ 앞에서 찍은 ‘인증샷’이 없으면 무효(?).

 

그만큼 관광수입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물론 이 동상에 얽힌 스토리텔링이 몇 개 있다. 대표적인 것이 14세기 프랑스 침공 때 큰 화재가 나서 도시를 삼킬 위기에, 한 소년이 나타나 오줌을 누어 불을 껐다는 것. 그런 전설로 이 도시는 ‘오줌누는 소년’이 화재로부터 보호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곳에서 이슬람 과격단체 IS의 테러가 빚어지자 ‘오줌누는 소년’이 어떻게 된 게 아니냐는 농담도 나오고 있다 한다.

 

어쨌든 전통있는 도시에는 동상들이 많아 그들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요즘 ‘브렉시트’ 후유증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영국 런던에는 ‘해가지지 않는 나라’의 영광을 말해주듯 윈스턴 처칠, 나폴레옹과 싸워 이긴 넬슨, 셰익스피어 등등 도시 어디를 가든 동상을 만난다. 최근에는 자기들에게 저항하여 독립운동을 했던 인도의 간디 동상도 세우는 금도(襟度)를 보이기도 했다.

 

그밖에 워싱턴, 파리, 베를린, 시드니 등 세계 유서 깊은 도시들은 그렇게 동상들로 하여금 도시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바닷가에 서있는 콜럼버스 동상은 신대륙을 발견하려고 떠나는 강한 의지를 느끼게 하고….

 

요즘 충청지방에서는 동상 문제로 다소 논쟁이 있다.

하나는 공주고등학교 교정에 JP(김종필 전국무총리) 동상을 세우는 것에 일부 반대가 있는 것이고, 또 하나는 대전시 충무체육관 한쪽에 세워진 윤봉길의사의 동상 위치에 대한 시비다.

 

공주고등학교는 올해로 개교 94년이 되는 충청지역의 대표적 명문고. 김종필 전국무총리에서부터 지금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진석의원의 부친 정석모 전내무장관, 그리고 미국 메이저리그 영웅 박찬호선수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기라성 같은 많은 인물들을 배출해냈다.

 

총리는 JP가 처음. 그는 부여에서 공주고등학교(당시는 공주중학교)에 입학,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감수성이 풍부했던 그는 이때 많은 문학서적을 섭렵했고 기숙사 사감으로부터 오르간 연주를 배우기도 했다. 지금도 그는 이 시절을 못잊어하는 것으로 회고록은 전하고 있다.

 

이런 선배를 둔 동문회는 그동안 JP의 흉상 건립을 추진하고 1억원 모금운동도 전개, 2m50㎝의 흉상 제작에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11월 제막식을 가지려고 했으나 일부 교직원의 반대 등으로 무기 연기되었다.

 

반대 이유는 생존자의 흉상을 세우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것이며 특히 JP가 5ㆍ16 쿠데타의 주역으로서 역사적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창회 측은 학부모, 교사, 시민단체 등과 협의를 시도했고 가까스로 7월9일 학교 후원에 흉상을 안치하여 제막식을 가지려했으나 또 다시 무기 연기. JP 자신도 이와 같은 사태에 ‘무리하여 설치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윤봉길의사의 동상이 이용이 한정되어 있는 체육시설 구석에 세워져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나, 대한민국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동문의 동상이 거리나 광장도 아닌 학교 교정에서까지 자리를 찾지 못하고 시비에 휘말리는 우리의 현실이 슬플 수밖에 없다.

 

차라리 ‘오줌누는 소년상’까지 세워 관광객의 명물로 만드는 벨기에가 부럽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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