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째 도심 속 유일하게 남은 논에서 벼를 가꾸는 김흥근씨

“부평에서 유일하게 남은 논이지만 70대까지는 계속 농사를 지을 계획입니다.”

 

인천과 경기도 부천 사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지나는 부평구 삼산동 일대에 드넓은 논이 펼쳐져 있다. 논 위에는 잠자리가 날아다니고, 논 물에는 소금쟁이와 개구리뿐만 아니라 왜가리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논은 수천 년 동안 굴포천의 물길과 함께 김포평야에 속해 있었지만, 한때 이곳이 김포평야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김흥근씨(57)는 인천 부평구에서 유일하게 남은 이 논을 31년째 꿋꿋이 벼농사를 지으며 지키고 있다. 김씨는 자영업이 잘 풀리지 않자 지난 1986년부터 농기계를 사서 농사일을 시작했다. 제조업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던 시절, 사람들이 떠난 논을 하나둘씩 사들인 논에서 벼농사를 지어 아들과 딸을 키웠다.

 

김씨는 “1980년대에는 8만 2천500㎡만 지어도 대기업 간부 못지않게 벌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3배 넘게 농사를 지어도 벌이는 더 시원치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위의 논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둘씩 아파트와 공장으로 변해만 갔고, 농사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김씨는 “수년 새 쌀값이 많이 떨어진 데다, 지난해는 워낙 가물어 논에 물을 대는 데 애를 먹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비 오는 날이면 논둑에 건설폐기물 등 각종 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고, 바람이 부는 날이면 서쪽에 있는 삼산농산물도매시장에서 폐비닐이 날아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주민은 모두 27명에 달한다. 56만 부평구민의 만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논 주위에 펜스를 보강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농업 인구가 워낙 적다 보니 관심 밖이라고 한다. 김씨는 “강화나 옹진군은 농사를 많이 지으니까 지자체가 공동방제도 해주는데 여기는 그런 것도 없고 공공비축 수매량도 적다”고 한숨지었다.

 

논둑에 앉아 파릇파릇한 벼가 심어진 논을 바라보는 김씨는 “그래도 정든 이곳을 버릴 수는 없다. 아내와 함께 꾸준히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다”며 밝게 웃음 지었다.

 

김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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