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학교전담경찰관(SPO)

이용성 사회부장 ylee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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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지팡이 경찰이 또다시 망신살이 뻗쳤다. 학교전담경찰관(SPO)인 부산경찰청 소속 경찰 2명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데다, 이를 경찰서장 등 간부들이 은폐하고 사직처리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쪽팔려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다’는 한 경찰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경찰 집안은 초상집 그 자체다.

 

SPO는 중·고교내 모퉁이 곳곳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폭력과 다툼으로 멍든 피해학생들의 구세주 역할을 위해 조직됐다. 그나마 무차별적이고 지능화된 학교 내 폭력에 맞서 피해 학생들의 희망으로 출발한 것이다.

 

그동안 경기도내 일선 경찰서에서 활동중인 SPO는 199명(전국 1천75명)으로 한 명당 11~12개의 학교를 담당해 왔다. 주요 임무는 가해학생 선도 및 피해학생 보고는 물론 신고사건 상담 처리와 학교폭력 정보수집이다. 특히 암적인 존재인 폭력서클을 파악하고 해체를 선도하는 등 학교 내 폭력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써왔다.

 

이런 SPO가 말도 안 되는 여고생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휩싸이면서 땅바닥으로 추락해버렸다. 앞날의 활동도 불투명해졌다. 이에 경찰청은 즉각적으로 SPO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 전문성 강화 및 남녀 2인1조 배치, 직무 전문화 등을 내세워 전면적인 제도 손질에 나선다고 한다.

 

또 이번 사건의 주범인 SPO를 형사입건하고, 사건을 직접적으로 은폐·묵살했다는 혐의를 받는 경찰간부 10여 명에 대해 징계 처분하는 등 연일 ‘경찰 비난 잠재우기’ 차원의 여러 강경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앞으로 SPO에게 예견되는 위축과 경직으로 야기되는 활동의 제약이다. 어느 조직이든 위축된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면 성과를 낼 수 없다. 현시점에서는 여러 개선책도 중요하지만 경찰은 물론이고 교육계와 언론계, 정치권과 국민 모두 정직한 SPO들에게는 힘을 실어줘야 한다. 당초 SPO 구성의 목적을 잊어선 안된다.

 

학교폭력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학교 내 음지에서 행해지는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피해 학생들의 바람이 진정 무엇인지 되새겨보자는 것이다.

이용성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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