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락된 검찰 위상,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진경준 검사장의 뇌물 사건을 접한 국민은 허탈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의 고위직 인사들 일부가 부정부패에 연루된 사건이 발생하여 국민에게 실망을 준 경우가 있기는 하였지만, 이번과 같이 치졸하고 악랄하게 끝까지 사건을 은폐하려고 기도한 예는 일찍이 볼 수 없었다. 현직 검사장이 뇌물 수수혐의로 조사 중 체포, 구속된 것은 검찰 역사상 처음이다.

진경준 검사장의 뇌물 사건은 뇌물수수 과정이나 수사 무마를 통한 청탁 전개 자체가 너무도 국민의 일반상식을 뛰어넘고 있어 만약 이 사건이 그대로 은폐되어 진경준 검사장이 더 높은 검찰 고위직을 맡았더라면 과연 이 나라에 검찰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될 정도이다. 검찰로서는 검찰 창립 이래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사건이다. 따라서 이를 제대로 파헤치지 못하고 과거와 같이 검찰 봐주기 식으로 처리한다면 검찰은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는 중대한 사건임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진 검사장에 챙긴 돈은 120억원 정도가 아니다. 넥슨에서 받은 돈으로 주식을 사서 되팔아 120억원 이상의 차액을 남기고 그것도 모자라 차량 제공은 물론 차량 명의 변경 비용까지 부담을 시킨 가장 치졸한 사건이다. 그뿐인가. 한진그룹의 탈세의혹 사건을 내사 종결로 처리한 뒤 자신의 처남에게 청소 용역을 맡게 해준 것은 과연 검사장 직책에 있는 사람이 부탁할 수 있는 일인가. 이를 선진국의 검사들이 알게 되면 한국 검찰의 수준을 어떻게 평가할지 참으로 부끄럽다.

얼마 전 홍만표 전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도 전관예우를 받아 막대한 수임료를 챙기고 또한 탈세까지 했다. 또한, 오피스텔 수십 채를 보유, 세를 받고 있어 국민을 분노케 하였다. 대한민국의 최고 수사기관인 검찰의 고위직 인사가 오피스텔을 임대하여 월세나 챙기려는 수준이 되었는지 자못 자괴감마저 들게 된다.

진 검사장에 대한 의혹은 지난 3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재산 공개 이후 문제가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법무부를 비롯한 관계 당국은 지금까지 무엇을 조사했는지 알 수 없다. 일반국민과 언론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당사자의 변명을 그대로 받아 들려 면죄부를 주려고 했으니 이 얼마나 허술하며 자기 식구 감싸기 조사인가.

검찰은 진 검사장의 말에 놀아나 더 이상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진 검사장 사건은 검찰이 추락된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전기가 되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 하에 철저한 수사가 되어야 한다. 범죄행위를 얻은 부당 이득은 모두 회수해야 함은 물론 넥슨 이외에 의혹이 제기된 사안까지 모두 철저히 조사, 기소하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검찰은 국민이 검찰의 수사과정을 똑바로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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