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에 항공정비 산업을 배치해야 할 이유

인천 항공MRO(정비·수리·검사)산업이 정체의 늪에 빠져있다. 항공 산업 강국들의 MRO 수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세계 MRO 시장이 급속 성장세를 보이는 것과는 딴판이다. 인천이 지리적 이점은 물론 세계적인 국제공항과 경제자유구역 등 유리한 여건을 갖춰 어느 지역보다 경쟁력이 월등한데도 정부의 ‘국토균형발전’이란 편협 되고 고루한 이념 때문에 인천의 항공정비 산업이 멍들고 있는 거다.

국내 MRO 수요는 민수(民需) 1조5천억 원, 군수(軍需) 1조원 등 2조5천억원 규모로 매년 4%가량 늘고 있다. 하지만 MRO 설비 취약으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정비 수요가 1조원이 넘는다. 현재와 같은 체계로는 2025년엔 2조5천억원 상당이 해외 시장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한국과 가까운 중국·일본·말레이시아 등 선발국들이 대형 공항을 기반으로 MRO 시장을 선점,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는 것과 맞물려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낡은 정치논리에 갇혀 항공정비 산업이 지체된 상태다. 국토부는 2014년 발표한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서 국제공항으로 MRO 설비가 필수적이고, 경쟁력이 있어 유리한 인천공항은 배제한 채 충북 청주를 MRO 육성 지역으로 지정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다. 시대 역행적 균형발전 정책을 고수한 결과다. 시장경제원리를 도외시한 국토균형발전 정책이 오히려 국가경쟁력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간과한 근시안적인 결정이었다.

올 7월 국토부가 발표한 ‘항공정비 산업 육성 방안’도 변한 게 없다. 지방공항에 MRO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방침임을 다시 밝히고 있다. 이번엔 충북 청주와 경남 사천 등 2곳을 예비타당성 조사와 사업성 검토를 거쳐 지원한다는 거다.

정부 정책이 이렇게 편파적이니 인천공항 내 MRO 인프라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자체 설비를 갖추고 있으나 국내외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올 연말 민간 사업자인 JSA가 정비 격납고를 신설한다지만 그래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더욱이 내년 말 인천공항 3단계 공사(제2터미널)가 완공되면 MRO 수요는 크게 늘어나게 된다. 공항 내 MRO 설비로는 늘어난 정비 수요의 50%밖에 소화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국은 이제 득보다 실이 큰 균형발전 논리만 고집할 게 아니라 시장원리에 따라 항공정비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항공정비 산업은 후발주자의 대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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