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道공공기관 통폐합

도의회 더민주, 11개 기관 5곳으로 축소 사실상 확정
민선 6기 들어 유사기관 신설… 인력·예산 오히려 늘어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통ㆍ폐합의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줄어드는 기관 수만큼 공공기관과 유사한 형태의 기관들이 민선 6기 이후 새롭게 출범하면서 통ㆍ폐합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따복공동체지원센터와 일자리재단, 에너지비전센터 등 새롭게 생겨난 기관의 근무인원만 260명 이상이고 이들 기관에 투입한 예산은 300억 원이 넘는다. 비대해진 도 산하 공공기관을 ‘슬림화’하겠다던 경기도가 이같이 새롭게 유사 관련 기관을 신설하면서 근무하는 인력과 투입 예산이 오히려 더 늘어나는 ‘거꾸로 가는 통폐합’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경기도와 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9일 의원총회를 열고 공공기관 통ㆍ폐합 잠정협의안을 결정했다. 공공기관 통폐합이 ‘연정’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고 더민주가 도의회 다수당임을 감안할 때 이번 잠정협의안이 사실상 공공기관 통ㆍ폐합의 최종안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협의안을 보면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경제과학진흥원으로 통합되고 한국도자재단은 경기문화재단으로 흡수된다.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은 수원시로 이관되며 경기영어마을과 평생교육진흥원이 평생교육진흥원으로 통일된다.

또 경기복지재단과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은 여성복지가족재단으로 통합되며 경기도시공사와 평택항만공사는 경기도시항만공사로 통합된다. 이렇게 되면 총 11개 기관이 5개 기관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민선 6기 들어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경기도 정책사업으로 탄생한 기관이 따복공동체지원센터, 일자리재단, 스타트업캠퍼스, G-MOOC 추진단, 에너지비전센터 등 5개 기관에 달하고 향후 예정된 글로벌재단까지 더하면 줄어드는 공공기관만큼 새로운 기관이 탄생하게 된다.

 

특히 도는 따복공동체지원단에 올해에만 5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고 일자리재단에는 120억 원, 스타트업캠퍼스 20억 원, G-MOOC 추진단 54억 원, 에너지비전센터 25억 원 등 올해에만 이들 기관에 총 269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통ㆍ폐합 대상 기관인 평택항만공사와 수원월드컵재단이 올해 도에서 한 푼도 지원을 받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대조를 이룬다. 

또 다른 통ㆍ폐합 대상 기관인 영어마을은 올해 도로부터 15억8천만 원 밖에 지원을 받지 못했고,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27억3천만 원, 경기복지재단 43억 원, 한국도자재단이 61억 원 지원받은 것과 비교해도 신규 기관들이 더 많은 예산을 도로부터 지원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관을 통ㆍ폐합하더라도 도민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각종 사업은 유지돼야 해 사실상 기관 간 중복되는 일부 사업과 인건비 등을 줄이는 것밖에 효과를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현재 생겨난 신규 기관들에 투입되는 예산을 더하면 통ㆍ폐합이 되더라도 이전만큼 도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근무 인원 역시 문제다.

공공기관 통ㆍ폐합이 이뤄지더라도 행정기관의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정규직 근로자들을 해고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기관의 전문가들은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해고하기가 어렵다. 결국 비정규직이면서 사업부서가 아닌 지원부서에서 일하는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수원시로 이관되는 수원월드컵재단 이외에 통ㆍ폐합되는 기관 10개 기관에서 축소할 수 있는 인원은 대략 49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새롭게 생겨난 5개 기관의 직원 현황을 보면 따복공동체지원센터에서만 이미 48명이 근무하고 있고 G-MOOC 추진단 22명, 에너지비전센터 10명 등 채용됐거나 채용예정인 인원이 총 264명에 달한다.

 

온갖 진통을 겪으면서 공공기관 통ㆍ폐합을 했음에도 오히려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되고 더 많은 직원이 도 관련 기관에서 일을 하게 되는 셈이다.

 

도 관계자는 “도 정책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센터와 법인 등이 필요하다”라면서도 “이들 센터와 법인은 지방출자출연법과 지방공기업법을 적용받는 공식적인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경기도 정책을 수행하는 공공성을 가진 기관으로 봐야 한다. 공공기관보다 설립이 자유로운 센터 및 법인 등을 통해 조직을 확대하는 것은 관행처럼 내려온 편법이다”고 말했다. 

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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